인천에서 두 살 아들을 방치한 채 사흘간 집을 비워 숨지게 한 20대 엄마의 당시 자택 사진이 재판에서 공개됐다.
인천지법 형사15부(류호중 부장판사) 심리로 16일 열린 2차 공판에서 검찰은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살해 등 혐의로 기소된 A씨(24)의 아들 B군(2)이 숨졌을 당시 모습과 자택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B군이 상의만 걸친 채 천장을 본 상태로 숨져 있는 모습이 담겼다.
B군의 얼굴과 목 주변에는 구토한 것으로 추정되는 흔적이 있었고 얼굴과 몸 부위가 변색한 상태였다. 아이는 당시 키 75㎝, 몸무게 7㎏로 또래 평균보다 발육 상태도 매우 나빴다.
검찰은 "당시 주거지 상황을 보면 거실에 30병가량의 빈 소주병이 있었고 밥솥에는 누렇게 변한 밥이 있어 위생적으로 좋지 않아 보인다"며 "냉장고 상태도 참혹했고 싱크대에는 전혀 정리되지 않은 설거짓거리가 가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아과 전문의 소견으로도 또래 평균보다 발육이 좋지 않은 B군은 62시간 넘게 극한 상황에서 버틸 체력이 없었다"며 "아이를 장기간 방치했을 때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는 피고인 진술로 미뤄봤을 때 미필적 고의는 인정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A씨는 애초 "아이가 침대에서 떨어졌는데 숨을 쉬지 않는다"고 진술했다가 경찰이 앙상하게 마른 아이의 모습에 의구심을 품고 조사에 나서자 자신이 집을 비웠다고 시인하는 과정도 확인됐다.
이날 법정에서 그는 처참한 모습으로 숨진 아들의 사진을 보면서도 표정 변화 없이 태연함을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다음 달 6일 A씨에 대한 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A씨는 앞선 공판에서 아동학대살해 혐의를 부인하며 "생활고로 전기가 끊겨 휴대폰을 충전하려고 PC방에 갔다"고 했다.
지난 4월 열린 첫 재판에서 A씨 측 변호인은 상습아동학대나 유기·방임 등의 혐의를 부인하며 “남편이 집을 나간 이후 혼자 육아를 하면서 아들이 잠들었을 때만 PC방에 갔다 왔기 때문에 방임으로 처벌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무료인 영유아 검진과 필수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서 “(이는) 국민의 의무가 아닌 복지혜택이기 때문에 이를 아들에게 받지 않게 했다고 피고인을 아동학대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아동·양육수당도 피고인의 남편이 다 받아 갔는데 피고인에게 보내주지 않은 달이 대부분이었다”라고 덧붙였다.
A씨는 지난 1월 30일 오후부터 지난 2월 2일 새벽까지 사흘간 인천시 미추홀구 빌라에서 아들 B군을 방에 혼자 두고 외박해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탈수와 영양결핍으로 사망할 당시 B군은 혼자서 음식을 제대로 챙겨 먹을 수 없는 생후 20개월이었다. 옆에는 김을 싼 밥 한 공기만 있었다.
A씨는 최근 1년간 60차례나 아들을 혼자 집에 두고 상습적으로 집을 비웠다. B군이 홀로 방치된 시간만 총 544시간에 달한다.
1년간 제대로 분유나 이유식을 먹지 못한 B군은 또래보다 성장이 느렸으며 출생 후 영유아건강검진은 단 한 번도 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피해아동이 2021년 3분기까지 'e아동행복지원사업'에 다른 위기아동관리 대상에 포함됐으나, 2021년 10월 이사 후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 관리 대상에서 제외된 사실도 확인했다.
이로 인해 사망 당시 △예방접종 미접종 △영유아건강검진 미검진 △가스요금 체납 및 가스 중단 등 4종 이상 위험징후 발견에도 관리받지 못했다.
앞서 A씨는 2021년 5월에 B군을 낳았다. 부부 싸움이 잦아지며 남편은 지난해 1월 집을 나간 바람에 A씨는 당시 생후 9개월인 아들을 혼자 키우게 됐다.
처음에는 낮이나 새벽에 1시간쯤 잠깐 아들을 혼자 두고 동네 PC방에 다녀오는 정도였던 A씨는 방문 횟수가 한 달에 1∼2차례에서 지난해 8월 5차례, 9월 8차례로 점차 늘었다. 그때마다 이제 갓 돌이 지난 B 군은 집에 혼자 남겨졌다.
A 씨는 나중에는 외박까지 하게 됐다. 처음 외박한 지난해 5월에는 밤 10시쯤 PC방에 갔다가 다음 날 오전 6시 넘어 귀가했다.
지난해 11월부터 남자친구 C씨를 사귀게 되면서는 잦은 외박이 시작됐다. A 씨는 지난해 11월 9일 아들을 집에 혼자 둔 채 C 씨와 강원 속초로 여행을 갔다가 18시간 뒤인 다음 날 오전에야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