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단오제의 정체성은 ‘복(福)’을 기원하는 거예요. 나와 가족 모두가 한 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을 비는 거죠. 그런 마음을 담아 ‘지나가는 행운도 붙잡아주는’ 물건들로 만들어봤습니다.”
강릉단오제는 역사를 거슬러가면 고려 935년 대관령 산신에게 제를 올린 기록이 남았을 정도로 오래된 전통이다. 가장 한국적인 향토 축제라는 평가를 받으며 1967년 국가중요무형문화제, 2005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지정되기도 했다. 유·불교 제례와 무속신앙, 설화와 세시풍속까지 복잡하게 얽힌 이 축제에 공식 ‘굿즈’가 생겼다. 1000년 축제에 ‘굿즈’라니. 이토록 흥미로운 조합을 만들어낸 김문란(사진) 오브젝트단오 총괄디렉터는 “일상에서도 단오제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굿즈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단오제는 강릉 지역을 지배하는 문화적 정체성이자 지역 주민들의 자부심인데 음력 5월 5일 즈음에만 잠깐 기억되고 호명된다는 게 아쉬웠어요. 또 단오제는 아주 소중한 문화유산이지만 ‘무형’이다 보니 외지인들은 단오제의 의미나 매력을 잘 모르고 넘어갈 수 있겠다 싶었죠. 그래서 형태가 있는 물건을 만들어보자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오브젝트단오’는 단오의 이야기를 나누겠다는 뜻을 담아 4개 모티브로 100여 종의 상품을 제작했다. 각각의 물건에는 단오제에 얽힌 이야기들이 구비구비 흐른다.
예컨대 대관령을 지키는 산신(山神)인 호랑이와 창포물에 머리를 감는 단오명절의 대표 세시풍속을 각각 모티브로 삼아 수호 부적과 뷰티 용품을 선보였다. 형형색색의 꽃들이 펼쳐진 한국풍 비단 이불을 형상화한 소품들도 재밌다. 김 총괄은 “단오제 기간에 열리는 강릉단오장은 연중 가장 먼저 열려 전국 상인들이 모두 모일 정도로 떠들썩했는데 그중 ‘이불 난장’이 아주 대단했다”며 “강릉 사람이라면 이불 난장에서 이불 한 번 안 사본 사람이 없을 정도라는 이야깃거리를 담았다”고 말했다.
강릉단오제의 특별한 볼거리로 꼽히는 관노가면극의 주요 등장인물인 장자마리·시시딱딱이·소매각시·양반광대를 슈퍼히어로로 캐릭터화해 앞으로도 계속 뻗어가는 ‘단오 유니버스’를 만들겠다는 구상은 그중에서도 야심 차다. 김 총괄은 각 캐릭터를 커피와 결합시킨 기획을 소개하며 “예쁜 소매각시는 꽃향기의 예가체프, 거드름 떠는 양반광대는 클래식한 케냐 등으로 커피가 가진 풍미를 캐릭터와 연결했다”며 “강릉은 커피도 유명한데 이걸 어떻게 단오제에 써먹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숙제가 이번에 풀린 셈”이라며 웃었다.
아이템 하나하나에 어떤 이야기를 담을까 고민을 거듭했다는 김 총괄은 강릉단오제에 대한 깊은 애정을 자주 드러냈다. 인연도 깊다. 강릉에서 나고 자라 지역 신문기자와 공무원 등의 이력을 쌓은 그는 축제 주요 행사이자 올해 30회를 맞는 ‘강릉사투리대회’와 시민들이 기억하는 단오를 직접 타일에 그려 대형 벽화로 완성한 ‘강릉 단오타일 1000프로젝트’ 등을 진행하며 축제의 역사에 이름을 올렸다. 2019년부터 3년간은 아예 위원회의 사무국장 일을 하며 오브젝트단오를 기획했다.
끝으로 단오제를 어떻게 즐기면 좋을지 물었다. 올해 단오제는 음력 5월 5일, 양력으로는 이달 18일부터 25일까지 일주일간 열린다. 김 총괄은 “즐길 거리가 너무 많으니 미리미리 스케줄을 계획할 것”을 권했다. 특히 평소 대관령에 머무는 ‘국사 성황신’이 강릉으로 내려와 ‘국사 여성황신’과 함께 남대천 단오제단으로 향하는 영신행차와 강릉의 모든 읍면동 주민들이 신을 맞이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펼치는 ‘신통대길 길놀이’ 등은 보기 드문 볼거리다. 엿새간 이어지는 화려한 단오굿과 단오하면 떠오르는 민속 스포츠인 씨름대회도 놓칠 수 없다고 한다.
“강릉 사람들에게는 ‘단오 DNA’가 있다고 할 정도로 이때만큼은 모두가 선한 마음으로 서로 베풀고 즐기는 시간을 보내죠. 특히 강릉 시민들이 십시일반 쌀을 모아 빚은 신주는 돈 주고도 못 먹는 술이니 꼭 한 번 맛 보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