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규모가 코로나19 전과 비교해 절반도 회복하지 못한 반면 싱가포르, 프랑스 등에서는 방한 규모가 코로나 이전을 뛰어넘은 것으로 드러났다. K팝, 드라마, 영화 등 한류 콘텐츠가 영향을 받아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도 상당한 것으로 풀이된다. 방탄소년단(BTS)의 데뷔 10주년 주간을 맞아 정부가 외래 관광객의 방한을 기대하는 가운데 K팝 공연 관람 이외의 관광 상품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2023년 외래 관광객 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을 입국한 외국인은 157만 명이다. 국내에서 코로나19가 발발하기 전인 2019년 1분기 361만1000명을 기록했던 점을 고려하면 43%에 그쳤다. 국적별로 보면 한국을 가장 많이 찾은 나라는 일본(35만2000명)이었다. 이어 미국 16만1000명, 대만 16만 명, 중국 14만1000명 순을 차지했다. 2019년 1분기만 해도 중국이 129만7000명으로 한국을 찾은 외국 국적으로 제일 많았다. 중국이 한국에 단체 관광 비자를 제한하면서 올해 1분기 방한 중국인은 11%(14만1000명)에 불과했다.
다만 같은 기간 싱가포르, 프랑스 등에서 한국을 찾은 외국인은 코로나 이전을 넘어섰다. 프랑스가 1만7000명에서 1만8000명, 싱가포르가 3만8000명에서 5만6000명으로 뛰었다.
방한 목적이 여가·위락·휴식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싱가포르, 미국, 호주, 프랑스, 중동, 몽골 등에서 2019년 대비 올해 1분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국의 여가·위락·휴식 목적의 방한은 71.5%에서 28.6%로 가장 많이 줄었다. 종합적으로 한국 여행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로 한국의 전통문화를 접해서(35.6%), 한류 콘텐츠를 접하고 나서(30.5%)가 주요 이유로 꼽혔다. 특히 한류 콘텐츠를 방한 이유라고 답한 비율은 올해 1월 26.6%에서 3월 34.7%로 꾸준히 오르는 추세였다.
정부와 여행 업계는 올해 한류콘텐츠를 기반으로 외국인 방문객의 방한이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당장 서울시가 하이브와 손잡고 ‘BTS 페스타’를 진행하는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BTS 페스타는 BTS의 데뷔일인 6월 13일을 기념하며 팬들과 함께 즐기는 축제다. 올해는 BTS 데뷔 10주년이 되는 해인 만큼 서울시는 서울시청,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세빛섬 등 주요 관광명소를 보랏빛으로 점등하는 등 해외 아미(BTS 팬클럽)의 시선을 서울로 이끌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여행 플랫폼 트립닷컴에 따르면 지난 12일부터 오는 25일까지 2주간 열리는 BTS 페스타 기간 중 한국을 방문하는 해외 여행객의 수가 전달 같은 기간 대비 13%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한류 콘텐츠에 대한 외국인 관광객의 관심을 지속시키기 위해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발굴하고 관광 상품화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 등을 통해 외국인이 보컬, 댄스를 실제로 배워보는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다. 그러나 이들 체험 프로그램이 수도권에 제한적으로 운영 되고 있고 업체 또한 소수다. 한류 체험 교육 프로그램 운영기관과 인바운드 관광 전문 여행사, 업계 관계자 등이 연계해 관광 상품을 상시 만들 수 있는 협력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원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연구본부장은 “팬덤 등 공연 관광 중심의 제한적 시장 형성에서 벗어나 한류 콘텐츠 체험 교육과 연계를 통해 수요 시장의 외연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며 “아시아의 젊은 청소년부터 구미주 지역의 시니어까지 시장 범위도 확대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