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전세 거지'라 왕따 당해서 이사"…강남 학부모들 '부글부글'하다 '한숨'

무리해서 강남 이사한 학부모 아이 왕따 당하자 이사
신축 자가 전세 주고 구축 거주 학부모도 이사할지 고민
'전거' '월거' '엘사' 등 거주지 거주형태 혐오 신조어도

tvN 드라마 ‘일타 스캔들’의 한 장면. 남행선(전도연)이 자신의 딸이 성적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경제 사정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학원 특별반에서 탈락하자 학원 관계자에게 항의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tvN

서울 강남구 초등학교 학부모가 아이로부터 “우리 집 전세야? 전세 사는 친구랑은 걔네 엄마가 같이 어울리지 말래"라는 말을 들었다는 소식이 학부모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전세를 사는 학부모들은 처음에는 화가 났지만 이내 한숨이 쉬어졌다며 자가로 강북으로 이사를 할 것인지를 놓고 부부 싸움까지 벌어졌는가 하면 자가를 세를 준 학부모들은 자가로 들어가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6일 한 매체는 강남의 한 초등학교에 자녀를 보낸다는 A씨의 사연을 전했다.


A씨는 최근 자신의 자녀가 “'우리 집 전세야?'라고 물어봐 깜짝 놀랬다. 학교 친구가 자신의 엄마로부터 전세 사는 친구랑은 어울리지 말라는 얘기를 했다"며 "아이가 울먹이는 모습을 보고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엄마들이 자녀 친구들이 사는 집 등기부등본을 다 떼보고 같이 놀 친구인지 아닌지 정해줄 정도”라면서 “1등급은 빚 없는 자가, 2등급은 빚 지고 산 자가, 3등급은 전세라더라”고도 덧붙였다.


전세를 산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해 이사를 갔다는 사연도 전해졌다. 여유롭지 않은 가정 형편에도 아이를 소수정예 학원에 보내기 위해 강남구로 무리해 이사한 B씨는 아이가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한다고 해서 학원에 찾아갔다가 기가 막히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아이들끼리 등기부등본을 떼보고 B씨가 전세를 산다는 것을 확인한 뒤 B씨의 아이를 따돌렸다는 것이다. B씨는 "아이가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 어쩔 수 없이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가야 했다"면서 "엄마들이 등기부등본을 떼는 것을 옆에서 보고 배우니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자신의 새 아파트를 전세 주고 구축 아파트에 거주하는 C씨는 이 같은 소식을 접하고 자가로 들어가야 하는지 고민이 생겼다고 털어 놓았다. 그는 “저희 자가 신축 아파트는 세 주고 여기서 전세 살아요라고 일일이 설명할 수도 없는데 우리 아이도 왕따를 당하거나 차별을 당하지 않을지 걱정이 된다”며 “돈 좀 아껴보겠다고 애를 기죽게 할 수 없어서 남편과 상의를 했는데 결국 부부싸움만 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C씨의 남편은 그냥 일일이 설명을 하라고 C씨에게 타박을 했다고도 했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이처럼 강남 초등학교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부동산등기부등본을 떼 보고 친구를 사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보다 앞서 ‘전세 거지’ ‘월세 거지’ ‘빌라 거지’ ‘엘사(LH 아파트 거주)’ 등 주거의 형태 등으로 친구들을 비하하는 ‘신조어’가 등장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서초구에 거주하는 D씨는 “아파트 브랜드 별로도 일종의 계급이 형성되고 있는 분위기도 있다"며 “9월 정도 입주가 예정된 원베일리 등은 뉴스에서 프리미엄 아파트, 반포 ‘1등 아파트’ 이렇게 나오다 보니 거기 살면 제일 부잔데 우리는 이사 못 가는 것이냐고 아들이 물어 말문이 막혔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과거에도 평수로 은근한 그런 게 있었는데 이제 점점 노골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며 “자녀에게 누가 어디에서 전세로 사는지 등을 알려주고 친하게 지내라 마라 하는 것은 비교육적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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