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특혜’ 의혹으로 설립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4촌 이내 친족이 선관위에 근무한 사례 3~4건을 추가로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직 간부를 중심으로 제기됐던 선관위의 ‘아빠 찬스’ 의혹이 ‘친족 특혜’ 의혹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중앙선관위는 전 직원을 상대로 실시한 4촌 이내 친인척 근무 현황 조사를 마치고 이를 일부 윗선에 보고했다. 이번 조사는 직원들이 친족 관계를 자발적으로 신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중앙선관위의 고위 관계자는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해서 “친인척 관계에 있는 직원 3~4명이 추가로 파악됐다”며 “(특혜 채용 의혹 대상자는) 기존 11명에서 15명 안팎(으로 늘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 정보 보호 문제 때문에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공개해야 친족 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선관위는 채용 과정의 부정 여부 조사는 감사원에 맡긴다는 방침이다. 이 관계자는 “선관위는 조사권이 없어 자체 조사가 특별한 의미가 없다”며 “채용 경과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관계 규명은 감사원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사정기관인 감사원과 국민권익위원회는 선관위 채용 비리 의혹에 대한 조사에 각각 착수했다. 선관위는 공식적으로 “감사원, 국민권익위원회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에선 권익위 조사에 대한 반발 기류도 감지된다.
선관위가 저항의 근거로 삼는 건 부패방지 권익위법 제29조다. 해당 조항은 ‘감사원의 감사가 착수된 사항에 대해선 권익위가 공공기관에 실태조사,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없다’고 명시한다. 감사원의 조사가 우선한다는 규정에 따라 감사원이 감사한 항목을 권익위가 중복으로 조사하는 건 적법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권익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부패 행위에 해당 조항이 적용되지만 이번 선관위 조사는 이해충돌방지법 등에 의한 조사”라며 “또 감사원보다 권익위가 조사가 먼저 시작했다”고 반박했다.
여당은 노태악 선관위원장 등 선관위원 전원에게 “사퇴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라”고 연일 압박하고 있지만 선관위원들은 거취에 대한 별도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이 관계자는 “처신은 위원 각자가 철학에 맞게 판단할 문제”라고 밝혔다.
여권 일각에서는 수세에 몰린 선관위가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을 실제 진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권익위도 “권한쟁의심판 청구로 감사원 감사가 불법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를 수용하는 것 모순”이라며 헌재 청구 계획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또 다른 중앙선관위 고위 관계자는 “권익위의 철회 요구는 월권”이라며 선관위가 보도자료를 통해 대외에 공식 예고했던 사안인 만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다만 그는 “소송 대리인 선임 등 실무 절차가 필요해 시간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선관위의 공정성 시비가 계속되면서 16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서 ‘사전투표 폐지’ 등을 요구하는 청원이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국회청원심사규칙에 따라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청원은 소관 상임위원회의 안건으로 회부된다. 청원자인 오상종 자유대한호국단 대표는 청원서에서 “공정과 신뢰성이 생명인 선관위는 스스로 자신의 생명을 깎아 먹고 있다”며 사전투표 폐지, 전자 개표기 사용 금지 등을 요구했다. 다만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의 한 국민의힘 의원은 “여권 지지층 일부에서 사전폐지 투표 요구가 나오고 있다”면서도 “(일반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었다고 보긴 어려운 사안이라) 행안위에서 안건이 수용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