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베트남 투자로 400억 물린 韓 VC들…국제분쟁 간다

바이오社 '나노젠', FI 풋옵션 거절
싱가포르 국제중재센터에 제소
코로나 백신 개발 실패로 경영난
VC "투자금 회수 위해 최선 다할 것"

나노젠이 개발 중인 코로내19 백신 '나노코박스'. (사진=나노젠 홈페이지)

6년 전 베트남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 기업 '나노젠'에 투자한 국내 벤처캐피털(VC)들이 대규모 손실 위기에 처했다. 나노젠이 거듭된 프로젝트 실패로 기업공개(IPO)가 어려워진 것은 물론 자금 사정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어서다. 나노젠은 베트남 기업 최초로 국내 증시 상장을 추진했으며, 한때 제2의 셀트리온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던 곳이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VC들은 나노젠에 투자한 자금 약 3200만 달러(약 408억 원)를 상환받기 위해 조만간 '싱가포르 국제중재센터(SIAC)'에 사건을 제소할 계획이다. 법률 대리인은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맡았으며, 향후 SIAC 제소 결과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소송전도 벌일 계획이다.


VC들은 올 해 초 행사한 풋옵션(조기상환 청구권)에 대해 나노젠 측이 응하지 않자 법적 조치를 하게 됐다. VC들이 풋옵션 행사에 이르게 된 것은 나노젠이 투자 조건에 포함된 IPO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노젠은 투자를 유치할 당시 2022년까지 한국 증시에 상장을 완료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나노젠은 2018년 NH투자증권(005940)과 한국투자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다.


하지만 국내 VC들의 투자 이후 나노젠의 바이오시밀러 사업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국내 증시 상장 계획은 점점 멀어졌다. 또 2020년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시작한 코로나19 백신 '나노코박스' 개발마저 답보 상태에 빠지면서 회사 경영 상황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국내 VC들의 나노젠 투자는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스틱인베스트먼트(026890)는 두 차례에 걸쳐 약 2000만 달러(약 255억 원)를 투자해 재무적투자자(FI) 중 가장 많은 지분을 확보했다. 키움증권-히스토리투자자문(공동 운용)과 컴퍼니케이(307930)파트너스, HB인베스트먼트도 2019년 잇따라 500만 달러(약 64억 원), 400만 달러(약 51억 원), 300만 달러(약 38억 원)씩 투자했다. 전략적투자자(SI)인 HLB글로벌은 신주와 구주를 포함해 2100만 달러(268억 원)를 투자했지만, 이번 풋옵션 행사에는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당시 나노젠 기업가치는 약 2억 달러(2500억 원)에 달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높은 수준의 의약품 제조 역량을 갖고 있는 것은 물론 베트남 내 유일한 바이오시밀러 기업으로서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당시 나노젠은 간염 및 빈혈 치료제 등을 개발하며 명성을 올렸다.


나노젠의 자금 사정을 볼 때 투자금을 당장 상환하기 어렵다는 것은 VC들도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와 함께 투자금 상환 연대보증인으로 올라 있는 호난 나노젠 회장이 베트남에서 상당한 재력가임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변제 노력도 하지 않아 국내 투자자들을 자극한 것으로 전해졌다.


호난 회장의 배우자는 베트남 대형 유통기업인 손킴그룹 창업주의 장녀로 전해졌다. 또 나노젠 측이 최근 주주들과 소통에도 소홀한 태도를 보이자 VC들이 결국 법적 대응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VC들은 나노젠 측과 적극 소통하면서도 성과가 없다면 추가 법적 조치를 적극 취하겠다는 계획이다. 나노젠에 투자한 한 VC 관계자는 "투자금을 원활히 회수할 수 있게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겠다" 면서 "SIAC 제소 결과를 바탕으로 후속 조치를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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