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속은 느낌이다.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 생각한 기대감이 무색하게도 역시 2절, 3절을 넘어 N절까지 간 상황이다. 시리즈화를 향한 허황된 욕망이 흘러넘치는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후속작,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감독 스티븐 카플 주니어)의 이야기다.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은 스커지를 비롯한 로봇 빌런들에 맞서 오토봇과 맥시멀이 힘을 합쳐 지구를 구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픈 동생을 보살피며 일자리를 구하는 주인공 노아 디아즈(안소니 라모스)가 우연한 계기로 오토봇, 그리고 맥시멀과 만나게 되며 그들을 돕는 여정이 펼쳐진다.
마이클 베이 감독은 이번에도 기획자 및 제작자로서 참여했다. 하지만 이것을 '활약'이라고 칭해야 할지는 의문이다.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은 마치 '트랜스포머' 첫 번째 편을 보는 듯한 기시감이 든다. 어쩌다가 상황에 휘말린 지구인 주인공, 그 과정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는 두 남녀, 그리고 다시금 지구를 지키기 위한 여정에 이르는 서사까지. 신선한 부분은 없다.
화려한 CG로 무장한 전투신은 볼만하다. 노아 디아즈가 마치 '아이언맨'을 연상시키는 듯한 로봇 슈트를 입는 신, 그리고 맥시멀이 다양한 형태로 변신하는 신은 로봇 덕후들의 심장을 저격한다.
더불어 에어레이저 역의 양자경, 빌런 스커지 역의 피터 딘클리지 등 메인 주인공인 로봇들의 목소리를 맡은 명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인다. 시대 배경을 반영해 적재적소에 흘러나오는 레트로 사운드트랙 또한 흥겹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전편들과의 비슷한 전개로 흘러가는 서사와 부족한 개연성으로 인해 흥미롭게 다가오지 못한다. 단점이 크게 드러나는 장면들이 눈치 없이 튀어나오는 시퀀스로 인해 장점들이 무색해진다. '이번에는 다르지 않을까'라는 기대로 극장을 찾을 셈이라면 그 마음은 잠시 접어두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