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CGV(079160)의 총 1조 원 규모 자본 확충은 우선 재무구조 안정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오프라인 플랫폼의 상징과도 같은 극장을 운영하는 CJ(001040) CGV는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았다. 2020년 입장 관객 수가 역대 최다였던 2019년 대비 4분의 1로 줄었다. 멀티플렉스들은 줄어든 수익에 상영관과 직원을 축소했다. CJ CGV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각각 3887억 원, 2414억 원, 768억 원의 손실을 냈다. 2019년 금융 비용은 564억 원이었는데 지난해에는 809억 원까지 늘어났다. 자회사 CJ 4D플렉스의 지난해 총자산은 1559억 원인데 총부채는 1308억 원이나 됐다. 이번 유상증자 자금 5700억 원 중 채무 상환에 3800억 원이 쓰일 예정이다. 900억 원은 운영자금으로, 1000억 원은 시설자금으로 쓰인다. 2027년 매출 목표는 2조 9209억 원이다.
상황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올해 1~5월 영화 매출은 2017~2019년의 67.1% 수준인 4627억 원까지 회복했다. 관객 수도 4387만 명으로 팬데믹 이전의 52.7% 수준까지 돌아왔다.
CJ CGV는 특히 이번 자금 수혈을 통해 자사의 강점인 4DX·스크린X·4DX스크린 등 특별관 사업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자회사 CJ 4D플렉스도 운영 중이다. 4DX는 오감 체험 특별관으로 물·향기·바람 등 21개 이상의 환경 효과와 모션 체어를 결합해 관객의 몰입을 높이는 특별관이다. 스크린X는 좌우 벽면까지 화면을 확대한 상영관으로 시각적으로 넓어진 화면을 통해 입체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4DX스크린은 4DX와 스크린X를 합친 것이다.
특별관의 인기는 높다. 지난해 여름 7·8월 CGV 용산아이파크몰의 4DX관 좌석 점유율은 66.5%로 같은 기간 일반관의 19.7%를 크게 웃돌았다. ‘아바타: 물의 길’의 특별관 관객 비중은 17%에 달했고 4DX의 예매율은 80% 수준이었다. ‘아바타: 물의 길’의 전 세계 특별관 매출은 8500만 달러였고 ‘탑건: 매버릭’은 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CGV 매출 중 특별관 매출 비중은 2019년 16.2%에서 올해 5월 30.6%로 늘었다.
지난해 84억 원의 영업이익을 낸 CJ 4D플렉스는 올해 1분기에는 388억 원의 매출과 49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7.4%나 늘었다. 올해는 매출 1224억 원에 영업이익 150억 원을 목표로 잡았다. ‘아바타’ 등뿐만 아니라 오리지널 콘텐츠인 ‘방탄소년단(BTS): 옛 투 컴 인 시네마’와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 등이 흥행한 덕이다. 오리지널 콘텐츠의 비중은 2019년 0.3%에서 올해 1분기 57.7%로 크게 늘었다. 오리지널 매출은 2027년 1600억 원으로 연간 48.8% 성장시킨다는 방침이다. 2분기에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볼륨 3’와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를 특별관에서 선보이며 흥행을 이어나갔다.
CJ CGV는 특별관의 해외 확대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CJ 4D플렉스는 해외 매출 비중이 크다. 지난해 매출 930억 원 중 180억 원만이 국내 매출이었다. 미국 매출은 254억 원, 일본 매출은 129억 원이다. 특별관은 전 세계에서 운영 중이다. 4DX는 올해 2월 기준 미국·프랑스 등 69개 국가에서 785개 상영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스크린X는 38개국에서 353개를 운영 중이다. CGV는 2025년까지 4DX를 868개로, 스크린X를 618개로 늘릴 계획이다.
영화계의 회복과 맞물려 CJ CGV는 신사업 강화에도 나선다. 이번 현물출자에 참여하는 CJ올리브네트웍스의 정보기술(IT)력을 바탕으로 스마트시네마 구축 등 운영 효율화와 특수효과(VFX) 사업 확장, 극장 운영 및 광고 시스템 솔루션 사업에도 나선다. 현재 30명인 VFX 스튜디오 인력을 100명까지 늘려 할리우드 작품 제작도 수주해 신규 수익원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식음료(F&B) 부문을 고도화해 수익성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클라이밍·골프·스포츠바 및 소규모 공연장 등도 구축된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도 협업할 예정이다. CJ ENM, 티빙, 스튜디오드래곤 등 그룹사들과도 접점을 늘린다.
CJ CGV 관계자는 “특별관과 콘서트 실황, 스포츠 경기 등 대안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더욱 증가하고 있다”며 “새로운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미래 신사업 발굴을 통한 넥스트 CGV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CJ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 참여는 단순히 경영 악화에 따른 자금 수혈이 아니다”라며 “CGV가 앞으로 극장의 미래를 제시하는 미래 공간 사업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