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버그' 또 우르르 나타났다…"아예 한국 정착했을 가능성도"

사진=연합뉴스

서울 은평구에 사는 직장인 장모(29)씨는 요즘 귀가하면 집안에 벌레가 들어왔는지 먼저 확인한다. 작년 여름 집에 몰래 틈입해 공포를 안긴 '러브버그'를 얼마 전 집 근처에서 다시 목격했기 때문이다.


장씨는 19일 "편의점 문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벌레들을 보고 기겁했다. 집까지 따라 들어올까 봐 신경쓰인다"고 했다.


역시 은평구에 사는 김모(29)씨도 "밤에 편의점이나 조명이 밝게 켜진 가게 문 앞에 러브버그가 여러 쌍 붙어 있어서 정말 무섭고 징그럽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 서울 서북권과 경기 고양시에서 기승을 부린 '러브버그'가 최근 서울 은평구를 중심으로 다시 출현했다.


은평구청에 따르면 이달 하루 1∼2건에 불과하던 러브버그 관련 민원이 17∼19일 사흘간 500건을 넘길 정도로 폭증하는 추세다.


짝을 지어 다녀 특별한 불쾌감을 주는 러브버그의 정식 명칭은 파리목 털파리과 '붉은등우단털파리'다. 주로 중국 남부 지역이나 일본 오키나와 등지에 서식한다. 다른 털파리과 곤충들과 마찬가지로 보통 암수가 쌍으로 다녀 '러브버그'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전문가들은 최근 비가 내리고 기온이 오르면서 땅 속에 있던 유충이 성충으로 탈바꿈하기에 적절한 기온과 습도가 북한산을 중심으로 갖춰진 탓으로 추정했다.


박선재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러브버그는 수풀이 있거나 낙엽이 쌓인 환경을 서식지로 선호한다. 해당 지역에 산란하기 좋은 장소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연재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는 "지난해에 이어 러브버그가 발생한 점으로 미뤄 이미 그 지역에 정착해 서식지로 삼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보건당국은 러브버그가 출몰할 가능성이 큰 야산과 주거지역 경계 지역을 중심으로 방역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방역작업이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 연구관은 "화학적 방제가 즉각적 효과는 있어 보이지만 그로 인해 생태계가 영향을 받아 오히려 다른 벌레들이 대량 발생할 위험이 있다"며 "천적을 찾아 번식시키는 방식의 생물학적인 방제가 친환경적"이라고 짚었다.


배 교수는 "깔따구, 동양하루살이, 러브버그 등 여러 곤충이 해마다 대량 발생하고 있다. 이들의 생물학적 특성을 장기적으로 조사해 발생 동향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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