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포괄적 경제안보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방안을 사상 처음으로 추진한다. EU 제품·기술의 해외투자에 대한 규제를 시사할 뿐 아니라 대(對)중국 정책 기조를 나타내는 ‘디리스킹(위험 제거)’이 언급된 점에 비춰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터·블룸버그통신 등은 EU 집행위원회가 20일 ‘유럽 경제안보 전략’이라는 제목의 공동 통신문을 주간 집행위원단 회의에서 채택했다고 보도했다. 통신문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EU 집행위원회가 추진하는 정책 구상 방향을 담은 문서로, 향후 필요한 논의 및 입법 작업의 출발점 역할을 한다. 로이터는 이번 통신문의 내용도 다음 달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로이터는 EU 집행위원회가 추진하는 경제안보 전략에 대해 “중국 등 경쟁국이 군사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술 수출 및 유출에 대한 더 강력한 통제가 목적”이라고 전했다.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회원국과 긴밀히 협력해 역내 기업의 해외투자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안보 위험을 조사할 것”이라며 각국 전문가로 구성된 협의체를 꾸릴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 결과를 토대로 연말까지 새 이니셔티브를 제안할 수 있도록 해외투자와 연관된 안보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가능한 조처를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군사 용도로 전용될 수 있는 이른바 ‘이중 용도’ 제품군과 민감한 첨단기술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한 수출 통제도 강화된다. 이를 위해 관련된 기존 규정을 완전히 이행하는 동시에 그 효과를 보장하기 위한 새로운 제안도 검토한다. 이 외에 외국인 직접 투자 심사 규정 재검토, 경제안보 공급망 안정을 위한 제3국과의 협력 강화 등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이번 경제안보 전략에 대해 “EU는 중국 군사력의 발전과 지나친 무역 의존을 줄이려는 미국의 전략에 부응하면서도 중국과 광범위한 무역 관계를 유지하고자 섬세한 균형을 맞추려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