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다섯 최윤수는 여전히 팔팔하다. 지금도 드라이버로 200m는 거뜬히 날린다. 이달 9일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KPGA 선수권에서는 국내 프로골프 최고령 참가 기록(74세 8개월 17일)을 새롭게 썼다. KPGA 선수권은 역대 우승자들에게 평생 출전권을 주는데 최윤수는 세 차례나 정상에 올랐다.
사실 최윤수는 2년 전 신한동해오픈을 마지막으로 더는 정규 투어 대회에 나서지 않으려 했지만 올해 KPGA 투어의 요청에 ‘일시 복귀’를 했다. 1958년 시작돼 국내 프로골프 대회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KPGA 선수권은 레전드와 현역의 동행을 중요한 가치 중 하나로 여긴다.
최윤수는 그러나 “더 이상 18홀을 걸어다닐 체력이 아니다. 내년부터는 출전하지 않겠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오랜 기간 과분한 영광을 누리고 정규 투어와 작별을 하지만 아직 이루고 싶은 꿈이 하나 있다”고 했다. 그 꿈은 통산 60승 고지에 오르는 것이다. 최윤수는 1977년 스물아홉이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프로가 된 뒤 59개의 우승 트로피를 수집했다. 정규 투어에서 11승, 50세 이상 출전하는 챔피언스 투어에서 26승, 그리고 60세 이상 그랜드 시니어 부문에서는 19승을 기록 중이다. 여기에 해외 시니어 투어에서도 3승을 추가하는 등 쉰을 넘어 48승을 거뒀다. 덕분에 ‘시니어 최강자’로 불렸다.
1승만 보태면 60승을 꽉 채우게 되는 최윤수는 “욕심을 내지는 않는다”면서도 “몸 관리를 꾸준히 하면서 계속 도전하다 보면 좋은 날이 올지 누가 아느냐”고 했다. 그의 마지막 우승은 2018년 KPGA 그랜드 시니어 골프 대회로 당시 70세였다. 그는 올해도 그랜드 시니어 대회에는 모두 나서면서 종종 챔피언스 투어에서 ‘50대 후배’들과 경쟁할 계획이다.
나이 들어서도 변하지 않는 기량을 발휘하는 비결에 대해 최윤수는 “특별한 것은 없다. 부모님으로부터 좋은 몸을 물려받은 게 내 복”이라고 했다. 다만 “젊었을 때부터 뛰는 건 많이 했다. 골프장에 근무할 때는 하루 일과를 마친 뒤 코스 점검도 할 겸 9홀을 뛰는 등 시간만 나면 달렸다. 지금은 예전만큼 못 하지만 집 근처 공원에서 가볍게 뛰고 힘들면 걷는다”고 설명했다.
프로골퍼의 삶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날로 그는 프로가 된 순간을 꼽았다. “1977년 7월이었어요. 72홀 프로테스트 마지막 날 아침부터 비바람이 몰아치는 거예요. 오후에 최종 18홀을 도는데 마지막 18번 홀에서 파를 잡아야 합격하는 거였어요. 근데 두 번째 샷이 짧았지 뭐예요. 어프로치 샷을 홀 1.2m 거리에 붙였는데 어찌나 떨리던지…. 다행히 그 퍼트를 넣어 프로가 됐죠. 그날 합격한 프로가 나 혼자였어요.”
후배 선수들이나 나이 들어서도 골프를 건강하게 즐기고 싶은 일반 골퍼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는 뭘까. “골프는 자신감의 게임이에요.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미리부터 걱정만 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무슨 일이든 자신을 믿고 뚝심 있게 해야죠. 그렇다고 연습이나 준비를 게을리하면 안 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