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노벨과학상을 받으려면 해외 노벨상 수상자처럼 학교에서 호기심을 갖고 질문을 던질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야 해요. 연구자에게는 언제까지 성과를 내라는 압박을 줄여야 합니다.”
유욱준(사진)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은 2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9월에 노벨상 수상자 5명을 초청하는데 이들을 보면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자유롭게 질문을 던지며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웠다”며 이같이 밝혔다.
과기한림원은 9월 24일 서울 코엑스에서 ‘교육의 미래: 과학과 기술 탐구’를 주제로 ‘노벨프라이즈 다이얼로그 서울 2023’을 개최한다. 현재까지 확정된 연사는 마이클 레빗 스탠퍼드대 교수(2013년 노벨화학상), 조지 스무트 홍콩과기대 교수(2006년 노벨물리학상),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맨체스터대 교수(2010년 노벨물리학상), 하르트무트 미헬 막스플랑크연구소 소장(1988년 노벨화학상)이다.
유 원장은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미래 교육을 어떻게 준비할지도 물론 중요하지만 결국은 어려서부터 학생들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자극하는 환경과 생태계를 만드는 게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기 위한 획일화된 교육으로는 고급 인재를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미래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자기 실력에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다양화를 꾀해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결국 우열반이 누구를 차별하는 게 아니라 맞춤형 교육이라는 것이다. 의대 쏠림 현상에 대해서도 그는 “의대로만 인재가 간다고 걱정할 게 아니라 바이오헬스 선도국처럼 의대로 간 학생 중 10~20%는 과학을 하게 만들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 현장에서도 기한 내 눈에 띄는 성과를 주문하는 풍토를 바꿔야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제는 선진국으로 진입해 퍼스트무버(선도자)로 도약해야 하는 전환기 아니냐”며 “기초연구비 항목에서 10~20%는 기한 내 결과를 압박하지 않고 자유성을 주면 창의적 연구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자에게 연구 자금을 지원한 뒤 논문, 특허, 수출 대체효과 등 계량화된 숙제를 주문하다 보면 자유로운 발상과 생각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유 원장은 “이공계가 지난 50년간 경제 발전이 우선인 풍토에서 연구비를 받으면 상당히 성과에 대한 압박을 받아야만 했다”며 “과학기술 리더 국가로 도약하려면 이제는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