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변곡점 코앞…기술 격차 벌린 미세화·후공정株 뜬다

티에스이 이달 28% 상승…하나마이크론도 24%
고부가 DDR5·HBM3 2분기 수요 회복 전망에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공급망 속한 기업 관심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7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반도체 국가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뜨겁게 달아오르던 반도체 업종이 6월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고부가가치 반도체 공급망에 속한 소재·부품·장비 관련주가 새로 주목받는 모습이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000660) 등 주요 반도체 업체가 전체 투자 규모는 줄이더라도 인공지능(AI) 수요 증가에 대비해 고부가가치 투자는 지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탄탄한 기술력을 갖춘 소부장 기업들의 주가가 차별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반도체 검사장비 업체인 티에스이(131290)는 전날보다 2.12% 내린 5만 54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증시가 약세를 보이면서 덩달아 주가가 하락 중이지만, 전날 티에스이는 8.85% 상승하는 등 이달 들어 28.09% 오르고 있다.


반도체 후공정 패키징을 담당하는 하나마이크론(067310)은 이달 24.48% 올랐으며 특수가스 등 반도체 소재를 취급하는 하나머티리얼즈(166090)는 11.93% 상승했다. 미세공정 증착장비 업체인 주성엔지니어링(036930) 역시 8.6%의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7.9% 오르고 삼성전자(005930)는 오히려 0.7% 뒷걸음질 친 것과 대비되는 흐름이다.


증권가에서 AI 관련 서버 투자 확대 등의 영향으로 시장의 예상보다 빠르게 수요가 회복 중인 차세대 반도체 더블데이터레이트5(DDR5)와 고대역폭메모리(HBM3) 공급망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 이들 기업의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DDR5 등 고부가 반도체의 양산을 본격화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선점할 때 공급망에 얽혀있는 미세화·후공정 업체들에게도 온기가 번져 국내 소부장 기업 중 실적이 가장 먼저 반등하기 시작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2분기 중 고부가제품을 중심으로 반도체 업황이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다. 서버 고객사들이 DDR5로 전환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데다 AI 서버용 투자 확대가 고용량 반도체 수요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고영민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반도체 공급부족 우려는 고객사들에게 선제적 재고 축적 필요성을 자극한다”며 “AI는 서버 고객사들의 DDR5 채택 전환 시점을 앞당겨줘 시장의 예상보다 빠른 2분기가 업황의 변곡점”이라고 내다봤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가 최선단 미세화에 성공해 10㎚(나노미터) 5세대 서버용 DDR5 D램 양산을 앞두고 있는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점유율 향상이 가시화된 만큼, 공급망에 속해 고도화된 미세화·후공정 기술력을 보유한 종목에 주목할 것을 권한다. 차용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후공정 산업의 점유율 확보를 위해 정부 및 제조사들이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어 관련 기업들의 수혜가 예상되는데, 수혜 정도는 기술력 확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것”이라며 “후공정 기업 중 선두 기업들과 첨단 기술인 어드밴스드 패키징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했거나 투자 규모를 갖추지 못한 기업들의 기술 격차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