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혜선의 시스루] '어쩌다 마주친, 그대' 작은 퍼즐이 모여 완성한 그림

[리뷰] KBS2 월화드라마 '어쩌다 마주친, 그대'
타임머신 타고 1987년에 떨어진 남녀의 이야기
반전, 떡밥 회수하며 꽉 닫힌 마무리



드라마, 예능의 속살을 현혜선 방송 담당 기자의 시점으로 들여다봅니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 스틸 / 사진=아크미디어

'어쩌다 마주친, 그대'는 복합장르의 매력을 충분히 발휘한 작품이다. 미스터리, 스릴러, 휴머니즘, 로맨스까지 깔끔하게 연결됐고, 작품 전반에 뿌려놓은 떡밥은 모두 회수됐다. 매 회 반전을 거듭한 작품은 마치 퍼즐을 맞추듯 이야기를 끼워 맞추는 재미를 줬다. 작은 퍼즐이 모여 하나의 그림이 완성된 것이다.


KBS2 월화드라마 '어쩌다 마주친, 그대'(극본 백소연/연출 강수연)는 1987년에 갇혀버린 두 남녀의 이상하고 아름다운 시간 여행기다. 해준(김동욱)은 우정리 연쇄 살인 사건의 진범이 자신의 아버지 연우(정재광)라는 사실을 밝히고 윤영(진기주)과 함께 2022년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그러나 타임머신인 자동차가 말을 듣지 않고, 새로운 인물인 자신의 아들(진영)과 마주한다. 알고 보니, 이 타임머신을 만들고 윤해준과 백윤영을 1987년으로 보낸 건 이들의 아들이었다. 아들의 도움으로 타임머신을 고치고 무사히 현재로 돌아올 수 있었다.


돌아온 2022년은 많은 게 바뀌어 있었다. 윤영의 어머니 순애(이지현)은 베스트셀러 작가가 돼 있었고, 아버지인 희섭(이규회)의 다리도 멀쩡했다. 윤영은 미숙(김혜은) 대신 어머니의 출판 담당자로 행복하게 일하며 자신의 소설을 집필했다. 해준과 윤영은 서로에 대한 사랑을 꾸준히 키우면서 마무리됐다.


작품은 매회 반전과 미스터리를 거듭하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얻었다. 우정리 연쇄 살인 사건의 진범을 찾는 게 작품의 큰 줄기다. 조금씩 떡밥이 뿌려지고, 범룡(주연우), 희섭, 유섭(홍승안), 고미숙 등이 차례로 범인으로 지목됐다. 해준과 윤영이 이들을 두고 추리하는 게 작품의 묘미로 작용했다. '점점 범인의 윤곽이 드러나나' 싶을 때 비틀어 버리는 반전 역시 작품의 보는 맛을 더했다.


미래를 아는 주인공들이 힘을 썼지만, 우정리 연쇄 살인사건의 피해자는 계속해서 발생했다. 범인이 연우였기 때문. 그는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미국에 있었기에 범인으로 지목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일찍 귀국해 자신의 여자친구가 갖고 있는 물건들로 살인을 저지른 게 밝혀졌다. 2023년 자신의 아들을 죽인 것도 연우였다. 해준은 진범을 잡으면서 자신의 목숨도 구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걸 암시했다.


윤영 가족의 이야기는 휴머니즘에 가까웠다. 윤영은 둘째 딸로 의기소침한 어머니 순애를 지지하고, 미숙에게 뺏긴 소설을 찾아오는 걸 도왔다. 덕분에 바뀐 미래에서 순애는 책이 가득한 집에서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치고 있었다. 윤영이 엄마에게 선물하고 싶은 그 순간이었다.


희섭의 숨겨진 이야기 역시 반전 그 자체였다. 윤영은 가족은 내팽개치고 형만 챙기는 아버지에게 환멸이 난 상태였다. 다리가 아픈 아버지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술에 취해 집에 들어오기 일쑤였다. 엄마가 죽는 날에도 아버지는 술에 취해 있었다.


윤영이 과거로 돌아가고자 한 이유도 엄마에게서 아버지를 떼어 내고, 꿈을 찾게 해주기 위해서였을 정도. 알고 보니, 희섭의 부모님은 5.18민주화운동의 피해자였고, 이들 형제는 부모님의 뜻을 잇기 위해 학생 운동을 펼치고 있었다. 희섭이 다리를 다친 것도 형을 숨겨주다가 고문을 당한 흔적. 모든 사실을 안 윤영이 아버지를 용서하고 마음을 여는 장면은 수많은 시청자들의 눈물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타임슬립 미스터리 장르는 자칫 시청자들을 설득하기 어려울 수 있는 우려가 있다. 시간의 공백, 과거가 바뀌면서 미래에서 오는 균열 등을 메꾸려면 수많은 설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쩌다 마주친, 그대'는 쉬운 설명과 복잡하지 않은 구성으로 시청자들의 몰입을 도왔다. 작품이 떡밥을 모두 회수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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