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반도체 불화수소 수입량, 한일 훈풍에 1000톤 회복

3·4월 규제조치 이후 처음으로
양국 반도체 공급망 정상화 수순

G7 정상회의 참관국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한미일 정상회담에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인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반도체 핵심 소재인 고순도 불화수소의 일본 수입량이 2019년 7월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 후 처음으로 1000톤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 일본 정상의 셔틀외교가 재개되는 등 양국 간 관계가 개선되면서 양국 반도체 공급망도 뚜렷한 회복 수순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해석이다.


21일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반도체 제조용 불화수소(플루오르화수소)의 3월, 4월 수입량은 각각 1021.6톤(t), 1008톤으로 두 달 연속 1000톤을 넘어섰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각각 208만 달러, 213만 달러 규모다. 3월 수입량은 2월 수입량(473.4톤) 대비 115.8%나 크게 늘어났다.


전체 수입량 중 일본산의 비중도 규제 이후 10% 안팎에 머물던 것이 3월 이후 20%를 넘어섰다. 불화수소의 일본 수입 비중(중량 기준)은 2월 11.65%에서 3월 21.21%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며 ‘해빙 무드’의 시작을 알린 시기다. 이 비중은 4월에는 29.07%로 더욱 늘었다. 5월에는 수입량(807.4톤)이 다소 줄었지만 전체 대비 비중은 21.25%로 20% 이상을 유지했다.




고순도 불화수소는 반도체 제조 공정 중 에칭 공정 등에 사용되는 핵심 재료다. 2018년 일본에서 수입한 비중이 46%에 달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았다.


그랬던 것이 2019년 7월 일본 정부가 대(對)한국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한 후 수입이 급격히 위축됐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당시 반도체·디스플레이의 핵심 소재인 고순도 불화수소와 포토레지스트, 불화폴리이미드(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종의 한국 수출을 제한했다.


일본을 대체할 수입선을 찾지 못한 포토레지스트, 불화폴리이미드에 비해 불화수소는 규제 직후 수입량이 급격히 줄어들며 직격타를 맞았다. 2018년 6월 3026톤을 들여오던 것이 7월 529.9톤으로 6분의 1토막 났고, 10월에는 급기야 0.3톤까지 줄어들었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자립화 시도에 나서는 등 대응책을 찾는데 힘을 쏟았다. 이를 통해 지난해 제조 현장의 큰 타격 없이 고순도 불화수소의 일본 수입 비중을 한 자릿수(6.4%)까지 줄이는 등 성과를 내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통한 수입 증대를 더 반기고 있다. 철저한 분업화가 이뤄진 반도체 업계에서는 일일이 자립화를 이루는 것보다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는 게 더 효율적이어서다. 반도체 업계의 한 임원은 “소재 자립화라는 의미가 있긴 했지만 품질 ·효율성 면에서 일본과의 협력을 안정적으로 이뤄나가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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