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리포트] 동네슈퍼 4만곳 틈새 공략…"퀵커머스계 다크호스"

◆리테일앤인사이트
생활용품에 식품까지 신속 배송
플랫폼 '토마토' 출시 2년반만에
전국 3800개 마트와 제휴 맺어
매출 2배 늘고 회원 50만명 유치
바로고 등 손잡고 주문폭주 대응도

성준경 리테일앤인사이트 대표. 사진 제공=리테일앤인사이트

대형마트, 백화점, 편의점, 지역 슈퍼마켓(지역마트) 중 시장 규모가 가장 큰 유통 업태는 무엇일까.


대부분 각종 국·외산 식품부터 생활용품까지 없는 게 없는 대형마트나 전국에 촘촘히 들어서 있는 편의점을 떠올리기 쉽겠지만 답은 의외로 지역마트다. 통계청 ‘소매업태별 판매액’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각지 지역마트 매출액은 64조 7381억 원으로 대형마트(34조 7739억 원), 백화점(37조 7683억), 편의점(31조 1947억)을 크게 앞선다. 이커머스 시장 최강자 쿠팡의 매출액은 지난해 26조 5917억 원. 모든 게 스마트폰 화면 위에서 손가락으로 굴러갈 것 같은 시대에도 오프라인 경제 생태계는 여전히 견고하다.


성준경 대표가 2019년 설립한 리테일앤인사이트는 거대한 지역마트 경제 생태계를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역마트 퀵커머스(빠른 배송) 플랫폼 ‘토마토’를 통해 전국 약 4만 개의 지역마트를 공략하고 있다. 서비스 출시 약 2년 반 만에 3800개 지역마트와 제휴를 맺었다. 회원 가입자 수는 누적 기준 50만 명에 달한다. 특별한 마케팅이나 홍보 활동 없이 이뤄낸 성과라는 점도 눈에 띈다. 그만큼 실수요를 파고들었다는 의미다. 퀵커머스 시장에는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내놓은 ‘B마트’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있다. 리테일앤인사이트의 토마토는 어떻게 이 시장에서 생존을 넘어 비약적인 성장을 일궈냈을까.





‘상어를 이기는 청어 떼’ 전략으로 승부

퀵커머스는 주문 후 상품이 배송되는 시간을 1시간 내외로 줄인 배송 서비스다. 요리할 때 부족한 재료를 빠르게 받아보거나, 급히 필요한 생활용품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는 점에서 퀵커머스는 쿠팡 등 강자가 존재하는 이커머스 시장으로부터 명확히 독립된 영역을 갖는다. B마트는 2018년 11월 출시돼 도심 유휴 공간에 일반 물류 센터보다 크기가 작은 마이크로풀필먼트센터(MFC)를 구축한 뒤 콜드체인 물류를 통해 상품을 빠르게 배송한다. 전국 지역마트와는 제휴하지 않고 자체적인 물류 센터·시스템을 갖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리테일엔인사이트의 토마토는 전국 지역마트와의 제휴를 통해 퀵커머스 시장을 공략하는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지역마트들은 대부분 소형 차량이나 오토바이를 이용해 자체 배송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주요 소비자인 30대~50대 주부들이 부피가 크거나 무거워 직접 가져가기 어려운 물건들을 집으로 배달해 줬다. 토마토는 지역마트들이 기존에 운영하던 이같은 물류시스템을 활용하는 전략을 폈다. 성 대표는 이를 두고 “상어를 이기는 청어 떼 전략”이라고 표현했다.


지역마트와의 제휴를 통한 퀵커머스 서비스는 장단점이 분명하다. 각 지역마트가 평균적으로 보유한 약 3만 가지에 달하는 다양한 제품을 유통할 수 있고, 물류 시설 구축·운영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 장점이다. 하지만 제휴하고 있는 가맹점들이 균일한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기 어렵고, 이로 인한 소비자 불만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은 단점이다. 특히 지역마트가 감당할 수 있는 물류량을 넘어서는 주문이 몰릴 경우 배송을 못해 소비자와의 신뢰가 무너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토마토는 물류·배송 기업들과의 연합을 통해 이같은 단점을 극복했다. 배송 시스템 안정화를 위해 전국적인 배달 대행 서비스 ‘바로고’와 ‘부릉’과 손 잡은 것. 각 지점 물류 시스템을 초과하는 주문량이 몰릴 때를 대비한 전략으로, 각 지역마트들이 손이 달릴 때는 바로고나 부릉을 언제든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성 대표는 “퀵커머스 주문이 몰리는 시간대는 배달 대행 업체 업무량이 많은 식사 시간대와는 달라 주문량 과부하 문제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지역마트 고도화 통한 서비스 안정화

배송 시스템 안정화에 이어 서비스 균일화에도 공을 들였다. 토마토는 각 지역마트에 시스템 경영을 도입시켜 안정적인 유통이 가능하도록 했다. 각 지역마트의 매장 자원관리(ERP)·공급망 관리(SCM)·매출액 등을 아마존웹서비스(AWS) 클라우드를 통해 전산화하고 시스템화시키는 지역마트 경제 생태계 통합 솔루션을 제공한 것이다. 성 대표는 “각 지역마트는 수십 년 동안 경영을 해오면서 체득한 노하우가 있지만, 재고·매출·인력·외상 관리를 온라인으로 체계적으로 하고 싶어하는 수요도 있다”며 “이 지점에 집중해 토마토 서비스 안정화를 이뤄내려 했다”고 말했다.


지역마트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고, 소비자들의 만족도도 높아지면서 가맹점이 늘어나고 매출도 증가 추세다. 리테일엔인사이트는 토마토 서비스를 통해 발생한 거래 수수료와 유통 데이터 판매를 통해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는데, 지난해 매출액이 305억 원으로 불과 2년 전 2021년 183억 원에 비해 두 배 가량 늘었다. 서비스 안정화에 실패했다면 이처럼 가파른 성장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성 대표는 “올해 말 도서산간 지역 등 전국 어디에서나 커머스를 할 수 있는 완벽한 기반이 준비되면 대대적으로 홍보를 해 사업을 키울 예정”이라며 “시장 규모가 60조 원을 넘는 지역마트 생태계를 기반으로 커머스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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