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미국 하와이의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던 조선인 남성들은 사진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고국에서 신붓감을 데려왔다. ‘사진 신부 1호’는 1910년 하와이에 건너온 최사라. 이후 14년 간 약 1000여 명의 조선 여성이 각양각색의 사연을 안고 사진으로 주선된 맞선에 참여해 하와이에 건너와 터를 잡았다. 이주 여성들의 삶은 녹록치 않았다. 생각보다 나이든 신랑의 모습에 크게 좌절했고, 고국을 그리워하며 세월을 보냈다.
지난 20일 서울 성곡미술관에서 만난 사진작가 김옥선은 “사진신부 이야기를 통해 우리나라에 와 있는 결혼 이주여성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게 됐다”며 자신의 작품 ‘신부들, 사라’에 대해 설명했다.
서울 성곡미술관에서 열린 ‘평평한 세계’는 작가가 20여 년간 사진으로 담아낸 얼굴들이다. 작가는 20세기 초반부터 현재까지 디아스포라적 삶을 주체적으로 꾸리고 있는 인물들을 조명하고 이주식물로까지 관심을 확장한 신작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신부들, 사라’ 연작의 주인공은 한국에 결혼으로 정착한 이주여성들이다. 사진은 서울 황학동의 한 사진관에서 촬영했는데, 특별한 배경이나 장치 없이 인물의 얼굴과 자세에만 집중했고, 작품을 크게 인화해 인물의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냈다. ‘평평한 사진’이다. 2차원에 인화된 사진은 인간, 자연, 사물, 인종, 젠더 등 각종 위계로부터 만물을 평평하게 만든다. 특히 작가는 21세기 한국에 정착한 결혼이주여성들은 20세기 초반 하와이에 정착한 한국의 이주여성들과 오마주 해 결혼이주여성들의 삶에 스토리를 더한다.
작가는 2018년 재독 간호 여성들의 사진을 찍으면서 ‘디아스포라적 삶’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베를린 초상’은 근·현대 역사 속에서 각자가 지닌 이산의 경험과 그로 인한 삶의 변화를 주체적으로 꾸려가는 여성들에 주목한다. 국내 여론은 재독 여성들을 ‘애국자’ 혹은 ‘희생자’로 표현한다. 하지만 직접 만나본 이들은 그런 추상적 단어로 정의할 수 없을 만큼 다채로웠다. 그들은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독일에 건너왔고, 그곳에서 간호사라는 일을 하며 다양하게 살고 있다. 작가는 이들의 사진을 통해 이주와 정착, 꿈의 실현, 가족의 형성 등 개인적인 삶의 영역에서 내린 선택과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작가의 사진은 국제결혼 후 제주로 이주해 30여 년간 살아온 스스로의 경험에 기반한다. 이방인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근현대 역사 속으로 옮김으로써 우리의 외연을 확장해 나가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전시는 8월 13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