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자동차 수출 호조로 대미(對美)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 흑자를 낸 반면 반도체 업황 부진에 대중(對中) 경상수지는 역대 최대 적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중국과의 거래에서 이득을 보던 교역 구조가 미국에서 흑자가 내는 형태로 빠르게 바뀌는 양상이다.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은 만큼 중동 등 일부 지역에서의 대규모 적자는 지속되고 있다.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지역별 국제수지’에 따르면 지난해 대미 경상수지 흑자는 677억 9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22억 5000만 달러 증가해 역대 흑자 규모 1위를 기록했다. 자동차 수출이 늘면서 상품수지 흑자가 563억 8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이고, 해외 배당 수입도 증가해 본원소득수지 역시 137억 9000만 달러로 역대 가장 많다.
반면 대중 경상수지는 2021년 234억 1000만 달러 흑자에서 지난해 77억 8000만 달러 적자로 전환했다. 2001년(-7억 6000만 달러) 이후 21년 만에 첫 대중 적자이자 역대 최대 적자다. 대중 교역에서 적자가 발생한 것은 기계·정밀기기, 석유제품 등 수출이 줄어든 반면 화공품 등 원자재를 포함한 수입이 늘었기 때문이다. 상품 수입 증가로 운송 지급이 늘어나자 서비스수지도 5억 9000만 달러 적자 전환했다.
미중 양국과의 경상수지를 살펴보면 2019년까지만 해도 대중 흑자가 259억 6000만 달러로 대미 흑자(191억 1000만 달러)보다 많았다. 그랬던 것이 2020년 미국(328억 달러)과 중국(127억 5000만 달러) 흑자가 역전됐다. 양국에 대한 경상수지 흑자 격차도 2020년 156억 달러, 2021년 221억 달러에서 지난해 756억 달러 수준으로 대폭 확대됐다.
경상수지 최대 흑자 지역은 여전히 동남아로 802억 3000만 달러 흑자가 발생했다. 다만 원자재 수입이 증가하면서 상품수지 흑자 폭이 줄었다. 경상수지 최대 적자 지역인 중동에선 880억 5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해 전년(-479억 8000만 달러) 대비 적자 폭이 400억 달러나 급증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원유 등 원자재 수입이 늘면서 2013년(-908억 4000만 달러) 이후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일본에 대한 경상수지는 177억 8000만 달러 적자로 전년보다 적자 폭이 44억 달러 감소했다. 유럽연합(EU)에 대한 경상수지는 70억 4000만 달러 흑자로 전년 대비 흑자 전환했다. 일본과 EU 모두 화공품과 석유제품 수출 호조로 상품수지가 개선된 영향이다. 러시아·영국·인도·호주 등 기타지역에 대한 경상수지는 99억 6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호주 등 일부 지역에서 에너지 수입이 지속됐으나 인도에 대한 수출 증가로 2021년(-149억 2000만 달러)보단 적자 폭이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