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출신 티내지 마라"…최고 학벌 숨기는 속사정

기부자 및 동문 자녀, 고급 스포츠 특기생 등 합격률 알려지며 논란

하버드대학교. 하버드대학교 홈페이지 캡처

“어디 가서 하버드대 출신이라고 티내지 말길 바랍니다.”


미국 대학 졸업 시즌을 맞아 아이비리그 명문 하버드대 내에서 ‘H-폭탄(H-bomb)’을 경계하라는 학내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하버드대가 미 연방대법원이 대학 입시에서의 미 소수인종 우대 정책(affirmative action)에 대한 합헌 여부 판결을 앞두고 재판 과정에서 하버드대의 특권적 이미지가 부각되자 ‘H-폭탄 경계령’을 통해 자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H-폭탄’은 하버드대에 재학 중이거나 졸업한 이력을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행위를 비꼬듯 일컫는 은어다. 지난해 말 라케시 쿠라나 하버드대 학장도 교내 신문에 “H-폭탄을 함부로 터뜨리지 말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앞서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이란 단체는 2014년 하버드대와 노스캐롤라이나대를 상대로 “학교 측이 흑인과 히스패닉 지원자를 우대하는 소수인종 우대 정책에 따라 성적이 우수한 아시아계 지원자에게 불이익을 주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에 대한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이달 중 나올 예정이다. 현 미 연방대법원은 보수 성향 대법관이 과반수여서 소수인종 우대 정책 폐기를 판결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소송 과정에서 베일에 가려 있던 하버드대의 기부자 및 동문 자녀, 고급 스포츠 특기생의 합격률이 높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2019년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하버드대의 법원 제출 자료를 분석한 발표에 따르면 2009∼2014년 평균 합격률(지원자 대비 합격자의 비율)은 6%였지만, 기부자 가족이라는 의미의 ‘학장 관심 목록’에 있는 지원자의 합격률은 42.2%이었다. 또 하버드대 백인 학생의 43%가 동문, 교직원, 기부자의 가족이거나 체육 특기자라는 점도 밝혀졌다.


하버드대 합격률은 최근 2년 연속 3%대로 사상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국 내 입시 과열 양상이 심해지면서 하버드대의 특혜성 입학 기준에 대한 비판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뉴욕포스트는 지난 21일 “소수인종 우대 정책 폐지에 이어 기부자나 동문 자녀를 선호하는 등 대학 입학 과정의 연고주의도 함께 없애야 한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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