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교역국' 베트남과 안보·경제 밀착…해경 퇴역 함정 지원도

[韓·베트남 정상회담]17개 협정·MOU 체결
양국 경제협력 기존 제조업 중심서
서비스 수출·인프라 수주로 고도화
尹 "더 역동적인 미래 30년 만들자"
트엉 "경제·대외정책서 韓우선순위"
LNG발전·스마트시티 등 협력도

윤석열 대통령이 23일(현지 시간) 베트남 하노이 주석궁에서 열린 한·베트남 정상회담 공동 언론 발표를 마친 뒤 보반트엉 베트남 국가주석과 악수를 하고 있다. 하노이=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보반트엉 베트남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공급망 안정과 무역 규모 확대를 위한 정책 지원에 합의한 것은 체제 차이에도 불구하고 베트남과의 경제협력이 전략적 측면에서 중요하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세계 2위 규모의 희토류 매장 국가로 공급망 안정을 위한 주요 협력 파트너인 데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국가 중 우리나라와 교역 규모가 가장 크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베트남은 한국 인도태평양 전략의 ‘한·아세안 연대 구상’ 달성을 위한 핵심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아세안 국가 가운데 베트남을 처음으로 양자 방문한 것 역시 한·베트남 관계의 경제적 의미를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번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국 정부가 체결한 17개의 협정 혹은 양해각서(MOU) 대부분이 경제협력을 지원하거나 양국의 인적 교류를 확대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베트남과의 경제협력 관계를 기존의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 수출, 인프라 수주로 고도화하기 위해 다양한 협력 사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23일(현지 시간) 베트남 하노이 주석궁에서 열린 보반트엉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지난 30년간 양국의 소중한 친구 관계를 바탕으로 더 밝고 역동적인 미래 30년을 만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보반트엉 주석은 “경제 사업과 대외 정책에서 베트남은 한국을 우선순위의 중요한 국가로 두고 있다”며 “양국 관계를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발전시키자”고 화답했다.


이어 양국 정상은 공동 언론 발표를 통해 한·베트남 관계 발전을 위한 17개 협정 및 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양국은 외교·안보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며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이행을 위한 행동 계획’을 채택하고 방산 협력도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정상은 지난해 한·베트남 국방장관회담 정례화에 합의한 데 이어 양국 외교장관회담를 연례화하기로 했다. 이뿐 아니라 해양경찰청과 베트남 공안부 사이의 MOU를 통해 마약 거래, 국제범죄 수사 협력을 긴밀히 할 예정이다. 베트남 해안 치안 강화에 기여하기 위해 한국 해경의 퇴역 함정도 베트남에 양여하기로 했다.


두 정상은 ‘2030년 교역 규모 1500억 달러’ 달성을 위해 실무 기구를 설치할 뿐 아니라 구체적인 정책 지원에도 힘을 실었다. 우선 상품 수출입을 원활히 하기 위해 ‘원산지증명서전자교환시스템(EODES)’을 개통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 기업이 베트남에 신청한 원산지 증명서가 10만 7000여 건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관련 절차의 전산화가 수출입 기업 편의 증진에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협력 역시 강화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베트남에는 텅스텐(3위), 보크사이트(2위) 등의 광물뿐 아니라 모나자이트·제노타임 등의 희토류 또한 풍부하게 매장돼 있다. 2021년 ‘요소수 대란’ 당시에도 베트남의 적극적인 협조로 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다.


이 외에도 윤 대통령과 보반트엉 주석은 베트남의 개발계획에 따라 액화천연가스(LNG)발전, 신재생에너지, 스마트 신도시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베트남은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30년부터 신규 석탄발전소를 건설하지 않을 계획이다. 이에 따라 추진될 LNG발전소에 우리 기업들이 대거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베트남의 박닌성·타이빙성·타인호아성·하이즈엉성·흥옌성 등과 ‘도시 개발 협력을 위한 도시 성장 동반자 프로그램 양해각서’를 체결해 베트남 지방정부가 추진하는 스마트시티 사업에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문이 열렸다.


윤 대통령은 양국 인적 교류와 경제협력 사업 확대에도 공을 들였다. 윤 대통령은 “베트남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개발 협력을 늘릴 것”이라며 “앞으로 7년 동안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지원 한도를 현행 15억 달러에서 20억 달러로 확대할 것”이라며 “20억 달러 규모의 경협증진자금(EDPF) 협력 약정도 새로 채결해 총 40억 달러의 유상 원조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뿐만 아니라 윤 대통령은 베트남 내 한국어 교육을 지원하고 양국 스타트업 인재의 교류를 촉진할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정부 간 협정을 통해 국제운전면허증을 소지한 양국 국민이 상대국에서 최대 1년 동안 운전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한국 고용노동부와 베트남 노동보훈사회부는 ‘고용허가제 인력 송출·도입을 위한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해 구직자 선발·도입·송출 근거를 마련한다. 2004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고용허가제에 기반한 인력 교류를 꾸준히 이어나가겠다는 내용이다. 2004년 고용허가제 도입 이후 베트남에서 송출된 인력은 총 13만 5879명으로 16개 송출국 가운데 가장 많다. 2023년 1월 기준 고용허가제를 통해 한국에 체류 중인 베트남 근로자는 총 3만 945명으로 전체 고용허가제 체류 인원의 11.6%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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