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똥, 오렌지 껍질, 대마, 바나나 줄기…. 섬유질이 풍부하고 조달이 용이해 ‘친환경 종이’ 소재로 제지 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천연 재료들이다. 아직까지는 수거·가공 시스템 구축과 투자 비용 등의 문제로 검토에 그치는 수준이지만 미래에는 실제로 대량생산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이미 대나무와 사탕수수는 소비자들의 일상으로 파고들었다. 한솔PNS의 경우 스타벅스·롯데·안국건강 등 국내 기업에 자사의 친환경 종이인 ‘더밤부’와 ‘슈가팩’을 공급하고 있다. 더밤부는 대나무, 슈가팩은 사탕수수 부산물로 생산한 종이다.
대나무는 90일 동안 25m나 자란다는 강점이 있다. 일반 나무라면 6~20년 걸릴 속도다. 게다가 대나무는 일반 나무보다 약 3배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35% 많은 산소를 내뿜는다. 대나무 920그루만으로 4인 가족의 연간 탄소 배출량을 흡수하는 셈이다.
사탕수수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생산되는 농산물(1㏊당 10톤)이기 때문에 그만큼 부산물도 많이 배출된다. 생분해 측면에서는 일반 나무로 만든 종이와 더밤부(각각 5개월)보다 뛰어나다. 썩어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기간이 3개월 남짓이다.
박경윤 한솔PNS 책임은 “빠른 제품 확산을 위해, 친환경 종이 시장 선점을 위해 더밤부·슈가팩의 이익률을 많이 낮춰 기존 포장재용 종이와 비슷하거나 더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종이에 코팅을 입히고 나면 친환경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재활용도, 생분해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종이에 대한 대표적인 친환경 인증으로는 국제산림관리협회(FSC) 인증이 있지만 펄프 생산과정에서의 산림 훼손 여부만 판단할 뿐 종이 완제품의 코팅까지는 판단하지 않는다는 허점이 있다. 친환경 종이 소재를 발굴하는 것과 함께 친환경 코팅 기술 개발 및 상용화가 시급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