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타이타닉호 잔해 관광에 나섰던 심해 잠수정 ‘타이탄’이 압력실 손상에 따른 내파(implosion)로 파괴됐다는 잠정 결론과 함께 5명의 잠수정 탑승자도 전원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광객의 유족의 사연에 안타까움이 더해지고 있다.
CNN방송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미 해안경비대는 타이타닉호 뱃머리부터 488m 떨어진 북대서양 해저에서 잠수정 잔해물을 발견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내파는 외부 압력에 의해 물체가 폭발하며 안쪽으로 붕괴되는 현상이다. 즉 잠수정의 압력을 관리하는 압력실이 손상되면서 내파가 일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존 모거 보스턴 해안경비대 소장은 기자회견에서 “(발견된) 잔해물들은 압력실의 치명적인 손실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잠수정은 실종된 지 닷새만에 잔해로 발견됐는데 잠수정에 타고 있던 탑승자 5명 전원 사망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영국·파키스탄 정부는 5명의 탑승자들을 애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잠수정에는 운영사인 오션게이트의 스톡턴 러시 최고경영자(CEO), 영국 국적 억만장자 해미쉬 하딩, 파키스탄계 재벌 샤자다 다우드와 그의 아들, 프랑스의 해양 전문가 폴 앙리 나졸레가 타고 있었다.
24일(한국시간) 미국 매체 NBC등 외신은 희생자 유가족 중 아즈메 다우드와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아즈메 다우드는 파키스탄 기업가 샤자다 다우드(48)의 누나이자 19세 소년 희생자 술레만 다우드(19)의 고모이다. 그녀는 동시에 동생과 조카를 잃은 애끓는 심정을 드러냈다.
아즈메에 따르면 술레만은 탐사에 나서기 직전까지 망설였다고 한다. 아즈메는 “술레만은 적극적이지 않았다”며 “(타이타닉 탐사를) 무서워했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다 탐사 일정이 ‘아버지의 날’과 겹쳐 부친을 기쁘게 하려고 잠수정에 몸을 실었다. 그의 부친인 다우드는 타이타닉호 침몰을 둘러싼 이야기에 아주 관심이 많았다.
아즈메는 “진짜 나쁜 영화에 사로잡힌 것 같은 느낌”이라며 “그들(동생과 조카)을 생각하면 숨을 쉬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당국은 사고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나머지 잔해 회수 등 수색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일각에선 수색 개시 이전에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타이탄이 18일 잠수를 시작하고 1시간 45분 만에 교신이 끊긴 시점에 미 해군이 폭음으로 의심되는 소리를 감지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잠수정 폭발을 뒷받침하는 확실한 증거가 없었던 만큼 수색대는 수색에 집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캐나다·영국 선박이 공조한 수색대는 곧 해산하고 미국 측이 나머지 수색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