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군'이던 용병그룹, 우크라 대신 러시아로…진격 현장 보니

무장 반란 선언 후 러시아 본토 진격

24일(현지시각) 민간 용병기업 와그너그룹 소속으로 추정되는 전투원이 카메라를 향해 '손하트'를 그리고 있는 모습. 타스 연합뉴스

러시아 민간용병조직 와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4일(현지 시간) 무장 반란을 선언하고 러시아 본토로 진격한 가운데, 러시아 현지에 무장 군인과 장갑차가 배치된 영상들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오고 있다.


앞서 프리고진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와그너의 후방 캠프들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지시했다”며 “자신의 부대가 쇼이구 장관을 응징하기 위해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주둔하던 와그너 병력이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 지역으로 이동했다고 밝히며 “현재까지는 어떠한 저항에도 직면하지 않았다. 우리의 길을 막는 누구든 파괴할 것”이라고 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당국은 프리고진에 대한 체포 명령을 내리고 정부기관과 교통 인프라 등 모스크바의 주요 시설에 대한 보안 강화를 위해 경찰과 방위군을 배치했다. 러시아 현지 상황으로 추정되는 영상들도 소셜미디어에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로스토프주의 한 주유소 인근으로 장갑차가 지나가거나, 러시아 시내로 향하는 고속도로에 군용 트럭이 줄지어 서있는 영상도 포착됐다. 또한 무장 군인들과 장갑차가 로스토프주의 정부 청사를 둘러싸고 있는 모습을 담은 영상과 사진도 올라왔다.



러시아 로스토프주 거리에 군인. 트위터

영상을 보면 붉은 글씨로 ‘Z’가 적힌 탱크가 도로 위에 세워져 있으며, 무장 군인들은 한 건물 주변을 둘러싸며 포위하거나 총을 겨누고 있다. 대문자 ‘Z’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상징으로 알려져있다. 병력이 포위한 이 건물은 로스토프주에 위치한 러시아 군사본부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 주민들은 전운을 감지하지 못한 채 일상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민간인으로 보이는 한 남성은 병사들 바로 옆에서 신기하다는듯 휴대폰 촬영을 하거나 꽃과 풍선을 손에 들고 이 장면을 바라보는 여성의 모습도 포착됐다. 타스 통신은 한 병사가 카메라를 향해 손 하트를 그리는 사진을 보도하기도 했다. 동유럽 소식을 전하는 넥스타 TV는 트위터에 이 같은 영상을 올리며 “와그너 그룹이 로스토프의 정부 청사를 포위했다”면서도 “도시에선 아무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4일(현지시각) 민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 소속으로 추정되는 전투원과 장갑차가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주 정부 청사 주변에 배치된 모습. 타스 연합뉴스

크렘린궁과 의회 주변에 바리케이드가 설치되는 등 수도 모스크바 인근 경비가 강화되고 있다는 목격담도 전해진다. CNN에 따르면 러시아 언론인 바실리 폴론스키는 “모스크바의 거리가 조용해 보이지만 정부 기관의 보안이 강화되고 있다”며 “각종 군사 장비를 모스크바 중심부에서 볼 수 있으며, 내무부 본관 뒤에 일부 장비가 배치돼 있다”고 했다. 모스크바 거리에 장갑차와 각종 군사장비가 배치돼 있는 사진이 온라인에 올라오기도 했다.


와그너 그룹이 진격한 로스토프주 주지사는 이날 공개 성명을 통해 “지역 주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하고 있다”며 “모든 사람들이 침착하게 대처하고 집을 떠나지 말기를 바란다”고 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