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표밀맥주 싸움 불똥튈라…수맥 '노심초사'

세븐·제주맥주 갈등 점입가경
판매 중단 이어 기술유출 제소
브랜딩 노력없이 상표 마케팅
업계 "전체 이미지 나빠질라"



수제맥주 업계의 양대 산맥인 ‘세븐브로이’와 ‘제주맥주’의 싸움이 격화하면서 갈등의 불씨가 업계 전체로 번질까 수제맥주 업계가 노심초사하고 있다. 세븐브로이는 지난달 제주맥주가 생산한 곰표밀맥주를 판매하지 못하게 해달라며 가처분 신청을 낸 데 이어 15일에는 대한제분이 제주맥주에 기술 유출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수제맥주만의 개성을 살린 브랜딩 노력 없이 무분별한 상표 마케팅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3일 주류 및 유통업계에 따르면세븐브로이는 2020년 대판제분의 ‘곰표’ 상표를 사용하는 대신 수익 일부를 로열티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곰표밀맥주를 출시했다. 현재까지 6000만 캔을 팔며 대성공을 거뒀다. 이후 제2의 곰표밀맥주를 꿈꾸며 ‘유동골뱅이’, ‘말표’와 같은 상표를 단 ‘협업 맥주’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2020년 당시에는 주세법이 개정되면서 수제맥주 시장이 급성장할 수 있었다. 수제맥주는 소량으로 생산돼 생산 원가가 상대적으로 높았는데 종량세가 도입되면서 세금이 30%가량 줄어든 덕분이다. 하지만 팬데믹으로 수제맥주의 주요 유통 채널인 유흥시장이 얼어붙자 수제맥주 업체들은 편의점과 대형마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당장 매출을 올리는데는 도움이 됐지만 자체적인 브랜딩 노력 없이 무분별한 상표 마케팅에만 집착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수제맥주로서 가질 수 있는 지역적인 색채, 개성, 제품 차별화 등 노력 없이 소모적인 논쟁과 마케팅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인기 한국수제맥주협회장은 “곰표밀맥주는 애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대기업의 시설에서 생산돼 진정한 의미에서 수제맥주의 정체성과는 거리가 먼데, 마케팅과 이권 싸움에 ‘수제맥주’를 들먹거린다”면서 “전국에 170곳이 넘는 양조장이 있고, 이 중에는 자사 브랜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업체들도 많은데 현 갈등 상황 때문에 전체 수제맥주에 대한 소비자 이미지가 나빠지진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수제맥주 시장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평가 받는 미국에서는 ‘보스턴 비어컴퍼니’, ‘시에라네바다 브루잉’, ‘잉링’ 등 굵직한 수제맥주 업체들이 오랜 역사를 거치며 성장했다. 이들은 지역적인 개성을 강조한 마케팅 활동을 꾸준히 펼치며 소비자들에게 다가갔다. 많게는 수십 개의 특허와 실용실안을 내며 제품 차별화 노력도 계속했다. 반면 세븐브로이와 제주맥주의 특허는 현재 대부분 상표 특허에만 치중돼 있다. 이 회장은 “무분별한 협업 마케팅으로 수제맥주에 대한 소비자들의 분별력을 흐리기보다, 자체 브랜딩을 위한 노력이 뒷받침돼야 기업과 산업이 탄탄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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