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굴욕…'철권 통치' 금간다

◆러 용병그룹 바그너 '무장 반란'…푸틴 리더십 최대 위기
하루새 모스크바 200㎞ 앞 진격, 벨라루스 중재로 발돌려
WSJ "러 내부결속에 균열"…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될듯

러시아 군 수뇌부를 겨냥해 무장반란을 일으킨 러시아 바그너그룹 용병들이 24일(현지 시간) 점령 중이던 남부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철수 준비를 하고 있다. 23일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바그너그룹 후방 캠프들에 미사일 공격을 지시했다고 비난하며 모스크바로 진격했지만 코앞에서 철수를 결정했고 러시아는 프리고진이 벨라루스로 떠나는 조건으로 그와 병사들을 처벌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연합뉴스



러시아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의 무장 반란이 ‘일일(一日)천하’로 끝나기는 했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사태로 정치적 리더십에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자신의 충복인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그룹 수장으로부터 배신을 당한 데다 상황을 수습할 때도 자신이 부하처럼 대하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도움을 받은 것이어서 23년 집권 기간 중 최대의 위기 상황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증폭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미 국채, 금 등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클 것으로 예상되며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로 국제유가도 꿈틀거릴 것으로 전망된다.


24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프리고진이 이끄는 바그너그룹은 전날 러시아 국방부가 바그너그룹의 후방 캠프를 미사일로 공격했다며 군 수뇌부 처벌을 요구하면서 러시아 남부 국경으로 진입했다. 크렘린궁을 향해 빠르게 북진하던 바그너그룹은 로스토프나도누 군 사령부를 장악한 후 모스크바에서 200㎞ 거리까지 진격했지만 이후 러시아와 협상을 타결한 후 철수를 결정했다.


이번 사태가 하루 만에 봉합되기는 했지만 러시아군은 바그너그룹이 모스크바 턱밑까지 진입하는 동안 제대로 방어도 하지 못하는 등 허술한 모습을 보였다. 푸틴 대통령이 직접 TV 연설에 나서 “반역에 직면했다. 가담자는 처벌될 것”이라며 엄포를 놓았으나 결국 꼬리를 내리고 바그너그룹과의 협상에 응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사태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러시아 내부의 균열을 폭로했으며 푸틴 대통령에게 심각한 실존적 위협을 가했다”고 진단했다. CNN도 “푸틴은 이제 그의 적들뿐 아니라 자국민과 군대에도 약하게 보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푸틴이 통제력을 잃었다며 더 과감한 무기 지원을 요구했다. 미 백악관은 사태를 예의 주시하면서 러시아 내부의 혼란이 핵무기 통제 등에 위협이 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금융시장에서는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당분간 두드러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러시아 내부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수 있어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제나디 골드버그 TD증권 전략가는 “러시아의 리더십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면 투자자들은 안전한 피난처로 몰려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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