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400개 기업이 반도체 투자의향서…지원금 다 못줘"

韓요청 '가드레일 조항' 완화엔
"진지하게 검토…수개월내 결론"
소재·장비 등 지원계획도 공개

미국 상무부가 올해 2월 반도체지원법 지원금 신청 절차를 안내한 후 현재까지 약 400개 기업이 투자 의향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예산이 한정돼 있는 탓에 모든 기업이 수혜를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한국 정부와 업계가 요청했던 지원금 수혜 기업의 중국 내 생산능력 확대 문제에 대해 미 정부는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 상무부 고위 당국자는 23일(현지 시간) 국무부 외신센터가 주최한 화상 브리핑에서 이날까지 400여 개 기업이 투자 의향서를 제출했다며 “(기업들이 제출한) 프로젝트들은 37개 주에 걸쳐 있으며 대형 반도체 제조 시설부터 소재 공급자 등 생태계 전반을 아우른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국가별 분포를 묻는 질문에는 “지리적으로 광범위하다”며 “미국 기업들이 큰 관심을 보였고 확실히 유럽과 아시아 등 전 세계에서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답했다. 앞서 2월 상무부는 수요 파악 목적에서 미국 내 반도체 시설 투자 계획이 있는 기업들에 투자 의향서 제출을 요청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반도체 기업을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지원법 지원금을 신청한 기업은 400개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AP연합뉴스


하지만 의향서를 낸 기업들이 모두 수혜를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53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지원법에서 반도체 제조 시설 지원에 책정된 금액은 390억 달러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고위 당국자는 “우리는 예산을 어디에 쓸지 매우 힘든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며 “기업들의 관심 수준을 고려하면 모든 신청자가 지원금을 받지는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국 정부가 요청했던 이른바 ‘가드레일 조항’ 완화에 대해 고위 당국자는 “모든 의견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며 “수개월 내로 최종 규정을 공개하면 (완화 여부가) 명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지원법상의 가드레일 조항은 지원금을 받는 기업이 10년간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은 5%, 범용 반도체는 10% 이상 늘리면 안 된다고 규정했다. 이에 한국 정부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해당 조항을 완화해달라는 의견서를 낸 상태다.


한편 미 상무부는 이날 3억 달러 이상의 소재·장비 및 웨이퍼 제조 시설 투자에 대한 지원 계획도 공고했다. 9월 1일부터 사전 신청을 받으며 지원 대상에 선정될 시 투자액의 5~15%을 미 정부가 지원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올해 하반기에는 3억 달러 미만의 반도체 소재·장비 및 연구개발(R&D) 시설 투자 지원 기준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조금 지원 자격 요건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며 업계에서 지원금이 지나치게 많은 기업에 분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