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등 첨단 전략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주요국들의 지원 경쟁이 ‘국가 대항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과열되고 있다. 독일 정부는 마그데부르크에 300억 유로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짓는 인텔에 100억 유로(약 14조 원)의 보조금을 제공하기로 했다. 일본은 구마모토현에 공장을 세우고 있는 TSMC에 사업비의 40%를 지원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지원법’을 발효한 미국을 필두로 유럽연합(EU), 일본, 인도 정부가 주요 반도체 기업들에 약속한 보조금이 총 1000억 달러를 넘을 정도다. 중국은 지난해에만 190개 반도체 기업에 17억 5000만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도 올해 ‘K칩스법’을 발효해 대기업의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율을 최대 25%까지 끌어올렸지만 최저한세율(17%) 규제에 가로막혔다. 이로 인해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 25%를 적용하는 미국 등 경쟁국 수준의 지원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단거리경주처럼 치열하게 전개되는 전략산업 패권 전쟁에서는 최고의 경쟁력을 갖춰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자원이 없어 첨단산업 경쟁력에 의지해야 하는 한국 경제가 글로벌 정글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초격차 기술 확보와 우수한 인재 육성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최강국인 미국조차 연간 10만 명의 인력 부족을 예상할 정도로 인재 확보가 시급한 분야다. 우리가 첨단 미래 기술과 고급 인재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사실상 ‘기술 주권’을 경쟁국들에 빼앗길 수 있다.
기술 주도권 경쟁에서 승기를 잡으려면 무엇보다 정부와 정치권이 전방위 지원에 나서야 한다. 정부가 전략산업의 우위를 지키기 위한 지원 방안을 촘촘히 마련하고 국회가 입법으로 뒷받침해야 기업들이 과감하게 투자하고 기술 개발에 뛰어들 수 있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혁신 역량은 미국의 67.6% 수준으로 향후 기업 투자와 정책 운영에 따라 역량을 높일 여지가 많다. 반도체·2차전지·디스플레이·바이오 등 첨단 전략산업에 대한 과감한 세제·금융·예산 지원 정책을 마련하고 각종 규제 족쇄들을 없애야 기업들이 신나게 뛰면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그래야 국내외 고급 인재들이 모여드는 ‘매력 국가’를 만들어 글로벌 기술 선도국으로 우뚝 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