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니가 긴 시간 끝에 국내 대면 콘서트로 팬들을 찾아왔다. 온유의 부재로 무대에는 민호·키·태민 단 3명만이 오르게 됐지만, 이들은 멤버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 파워풀한 에너지와 열정으로 사흘간 3만 명의 팬과 호흡했다. 굴곡진 그룹의 역사를 지탱해 온 3인의 열정이 돋보이는 공연이었다.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 DOME에서 샤이니의 단독 콘서트 '샤이니 월드 6 퍼펙트 일루미네이션(SHINee WORLD VI PERFECT ILLUMINATION)'이 열렸다. 이날 공연은 글로벌 플랫폼 비욘드 라이브(Beyond LIVE)에서 온라인으로도 생중계됐다.
이번 공연은 지난 2016년 9월 열린 '샤이니 월드 V' 이후 샤이니가 약 6년 9개월 만에 국내에서 개최하는 대면 콘서트이자, 26일 발매되는 정규 8집 '하드(HARD)' 앨범의 무대가 공개되는 자리다. 무려 6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샤이니의 대면 콘서트를 기다려 온 국내 팬들을 비롯해 코로나19를 겪은 해외 팬들도 이번 공연에 높은 관심을 보내왔다.
다만 이날 공연에는 리더이자 메인 보컬 온유가 건강상의 이유로 참여하지 않았다. 앞서 온유는 지난 9일 안정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사의 소견에 따라 휴식기에 들어간 바 있다. 이에 온유는 멤버들과 긴밀한 협의 끝에 이번 콘서트에도 서지 않게 됐다.
이날 공연은 샤이니 콘서트 최초로 '완전한 빛'이라는 부제를 붙인 만큼, 빛을 활용한 화려한 연출과 풍성한 음악 및 퍼포먼스, 팬들과 뜨거운 호흡이 어우러졌다. 특히 공연 시작 직전 조명이 꺼지는 순간, 샤이니 월드(팬덤명)의 민트빛 응원봉이 빛나며 또 다른 무대 효과를 연출했다. 공연이 시작되기도 전이었지만 스탠딩을 비롯해 2~3층 지정석 팬들은 모두 일어나 환호 속에 샤이니를 맞았다.
샤이니는 이날 정규 6집 수록곡인 '케미스트리(Chemistry)'로 첫 무대를 시작했다. 리프트에 올라탄 멤버들은 팬들을 내려다보며 안정적으로 무대를 소화했다. 민호는 킬링 파트에서 윙크를 날리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이내 무대로 내려온 멤버들은 '드림 걸(Dream girl)', '하트 어택(Heart Attack)' 등 초여름 날씨에 걸맞은 시원하고 청량한 분위기의 무대를 연달아 선보였다.
이어 이번 콘서트에서 최초 공개하는 미니 8집 수록곡 '라이크 잇(Like it)' 무대가 공개됐다. '라이크 잇'은 상대방에게 이끌리는 마음을 감각적인 표현으로 풀어낸 댄스 팝 장르의 곡이다. 경쾌한 안무와 빠른 템포의 곡은 샤이니만의 청량함을 느끼게 했다.
정규 7집 리패키지 타이틀 곡인 '아틀란티스(Atlantis)' 무대까지 끝낸 멤버들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열기를 가라앉혔다. 태민은 "샤이니 월드 반가워요, 보고 싶었어요!"라고 인사했다. 태민은 "제가 모니터링을 열심히 한다. 여러분의 목 상태가 상당히 좋지 않다고 들었다. 연달아 공연을 즐기러 와 주신 분들도 있다는 걸 들었다"며 "딱 이시간만 쓰고 이따가는 쓰지 마시라"며 웃었다.
이에 키는 "두 시간 반 세 시간 정도는 쓰고, 나머지는 좀 아끼자. 여기에 있는 동안에는 소리 지르라는 이야기다"고 말해 환호성을 끌어냈다. 키는 "벌써 3일째다. 이 중의 3일 내내 오신 분도 있고, 처음 온 분도 있을 텐데, 사실 쉽지 않다. 스탠딩에 있는 거. 날씨도 너무 더운 거 안다. 그렇지만 응원해 주겠다는 마음 하나로 현장에 와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고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민호는 "이번 공연의 콘셉트는 등장부터 보셨겠지만, 온전히 저희가 이 공연장 안에서 발생하는 빛과 음악과 호흡만으로 진행되는 공연이다"라고 설명하며 "오늘이 마지막 공연인데, 이 한 몸 불살라 버리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멘트가 끝난 후 멤버들은 정규 8집의 또 다른 수록곡인 '스윗 미저리(Sweet Misery)' 무대에 올랐다. '스윗 미저리'는 이별 후 행복했던 추억을 회상하며 여전히 상대를 그리워하는 양가적 감정을 그려낸 일렉트로닉 팝 곡이다. 무대는 멤버들의 그루브한 퍼포먼스와 서정적인 가사가 어우러져 진한 여운을 남겼다.
멤버들은 팬들이 특히 원한 무대이기도 한 '코드(CODE)', 데리러 가(Good Evening)'로 열기를 이어갔다. '코드'에서는 공중에 띄워진 채 천천히 돌아가는 원형 무대에서 댄서와 꽉 채워진 무대를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데리러 가'에서 태민은 재킷을 벗어 던지는 등 열정적으로 무대에 임했다.
'줄리엣(Juliette)'과 '와이 쏘 시리어스(Why So Serious?)'를 리믹스한 댄서 타임 이후 의상을 갈아입고 나온 멤버들은 대중적인 히트곡인 '셜록(Sherlock)', 샤이니의 '힙'을 확인할 수 있는 '돈트 콜 미(Don't Call Me)', '바디 리듬(Body Rhythm)' 등으로 다채로운 매력을 선보였다. 특히 '바디 리듬' 무대에서 멤버들은 돌출 무대를 넓게 활용해 팬들의 호응을 받았다.
신곡 '주스(JUICE)' 무대가 시작됐다. '주스'는 자신의 삶을 만끽하는 상대를 보고 깊은 사랑에 빠지는 모습과, 확신을 가지고 삶의 모든 순간을 가치 있게 살아가는 메시지를 담은 하이 템포 힙합 댄스 곡이다. 곡은 '돈트 콜 미'에 이어 샤이니의 힙한 매력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동시에 섹시한 매력이 더해져 팬들의 큰 환호를 받았다.
무대가 끝난 후 키는 '주스'를 두고 "음원으로 들으면 훨씬 좋을 노래"라고, 민호는 "어제 태민이가 말한 것처럼 이 무대를 온전한 상태에서 하면 더 멋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도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샤이니 월드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고 말한 민호는 구역별로 관객의 함성을 유도하며 팬들과 소통했다. 이어 복근과 등 근육을 드러내며 팬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기도 했다.
태민은 콘서트의 부제로 '백설콘주'를 제안했다. 태민은 "연습실에서 리허설하며 곰곰이 생각하다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저희는 왕자 역할을 하게 됐고, 남성 팬 분들은 난쟁이를 하게 됐다"며 웃었다. 이어 "저희는 왕자가 됐고, 여러분과 오래오래 살게 될 예정"이라며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들었다.
그루비한 안무가 돋보이는 신곡 '아이덴티티(Identity)'가 이어졌다. 아이덴티티는 내면에서 찾은 정체성을 더 이상 숨기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고자 하는 의지를 표현한 업 템포 장르 댄스곡이다. 이어 독특한 군무를 자랑하는 '에브리바디(Everybody)', 세련된 멜로디와 감각적인 가사가 특징인 '뷰(View)' 무대까지 멤버들은 열정적으로 무대를 이어갔다.
'메리드 투 더 뮤직(Married To The Music)'과 '원 오브 원(1 of 1)의 밴드 세션 무대가 끝난 후에는 지금의 샤이니를 있게 한 데뷔곡 '누난 너무 예뻐' 어쿠스틱 무대가 진행됐다. 의상을 갈아입고 나온 멤버들은 "다 같이 불러달라"며 팬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또 다른 데뷔 초반기의 곡 '산소 같은 너(Love Like Oxygen)에서 멤버들은 마치 15년 전으로 돌아간 듯 발랄한 텐션으로 무대를 마무리했다.
어느덧 공연이 후반부로 접어들었다. 청량하고 아련한 감성으로 대중에게도 잘 알려진 샤이니 표 발라드 무대가 시작됐다. 앞선 무대에서 세련되고 파워풀한 샤이니의 매력을 볼 수 있었다면, 이번 무대에서는 팬들이 타이틀곡보다 더욱 사랑하는 수록곡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멤버들은 '방백(Aside)', '빈칸(Kind)', '너와 나의 거리(Selene 6.23)', '너의 노래가 되어(An Ode To You)', '재연(An Encore)' 등의 곡을 잇달아 불렀다. 팬들은 모든 가사를 '떼창'하며 멤버들과 하나가 됐다.
태민은 "팬 분들의 목소리가 너무 꾀꼬리 같다. 음원에 싣고 싶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멤버들은 팬들과 곡 '사.계.한' 1절을 함께 부르며 서로의 호흡을 확인하기도 했다. 이어 밴드 세션과 함께 곡 '루시퍼(Lucifer)' 즉흥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다.
'재연'을 마지막으로 멤버들이 퇴장하고, 팬들은 샤이니를 위해 준비한 '재연' 떼창 이벤트를 전개했다. '영원을 약속할게'라는 슬로건에서 오랜 시간 동안 샤이니의 곁을 지켜온 팬들의 단단한 마음이 느껴졌다.
앙코르 무대로 다시 나타난 멤버들은 이날 공연의 백미와도 같은 신보 타이틀곡 '하드' 무대를 선보였다. '하드'는 매 순간 도전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만의 신념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는 샤이니의 음악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영원한 'Young & Wild(영 앤 와일드)'를 외치는 굳건함을 담은 하이브리드 힙합 댄스 곡으로, 붉은빛 조명과 멤버들의 화려한 스타일링이 돋보이는 강렬한 무대였다.
무대를 끝낸 태민은 "오늘 공연은 감히 완성도 높은 공연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하며 "앞으로 본격적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잘 부탁드린다"고 활발한 활동을 예고했다. 키는 "정말 손꼽히게 치열한 앨범 준비와 콘서트 준비였다. 앞으로도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오겠다"고 전했다.
샤이니는 팬들이 가장 신나는 곡으로 꼽는 곡인 '히치하이킹(Hitchhiking)'과 '런어워이(Runaway)'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태민은 '히치하이킹'을 두고 "샤이니의 클리셰 같은 곡이다. 공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곡이고, 팬 분들이 좋아하시는 곡이라고 알고 있다. 이 노래만큼은 미친 텐션으로 가야 한다"며 마지막까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특히 이날 공연에서는 마지막 곡이 끝나고도 팬들의 앙코르 요청이 쇄도해, 멤버들이 '더 필링' 무대를 한 번 더 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태민은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넘치는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제 자신이 너무 행복하다. 항상 말씀드리지만, 여러분께 꼭 보답 해드리고 싶다. 늘 아낌없이 도전하고 노력하고, 아티스트로서 여러분들을 실망하게 하지 않는 사람이 되겠다"며 "3일간 너무 행복했다. 오랜만에 하는 콘서트가 정말 기다렸던 만큼 값지고 소중하게 마음으로 와닿았다. 또다시 여러분과 만날 날을 기약하며 열심히 활동하고 기다리고 있겠다. 사랑한다"며 팬들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이날 멤버 3명은 180분 동안 아낌 없이 에너지를 분출했다. 온유의 부재를 걱정하는 우려에 대항하듯 마지막까지 열정적인 모습으로 '앵앵콜'을 끌어냈다. 민호의 말을 빌려 '한 몸 불사른' 공연이었다. 이들의 열정과 함께 가로 44m 규모의 대형 LED 스크린, 24m 넓이의 전체 회전 무대, 각 곡의 분위기에 따라 변하는 레이저와 조명 등 다양한 장치 효과도 공연의 질을 높였다. 다채로운 연출과 샤이니의 열정, 팬들과의 뜨거운 호흡이 한데 어우러진 성공적인 공연이었다.
한편 샤이니는 6월 23일부터 25일까지 3일간 서울 올림픽공원 KSPO DOME에서 '샤이니 월드 6 퍼펙트 일루미네이션'을 개최하고 3만 명의 관객과 만났다. 오늘 오후 6시 미니 8집 '하드'를 발매하고 활동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