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 기댄 스타 캐스팅…완성도는 "글쎄"

◆ 뮤지컬 '모차르트!' 7번째 시즌
트로트 가수 김희재 등 파격기용
중장년층 고객 확보 성공했지만
감정 표현 평면적…전달력 떨어져
모차르트 입체적 면모 구현 못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모차르트!' 프레스콜에서 출연진이 공연 일부를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로 7연을 맞이한 스테디셀러 뮤지컬 ‘모차르트’가 이번 시즌에서 김희재·수호 등 견실한 팬덤을 갖춘 트로트·K팝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들의 캐스팅을 선보였다. ‘스타 캐스팅=흥행’으로 이어지는 뮤지컬 성공 공식을 따랐지만 스토리 전의 전달력 측면에서는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뮤지컬 ‘모차르트!’는 1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막을 올려 뮤지컬 배우 이해준을 비롯해 글로벌 아이돌 스타인 엑소(EXO) 수호, 엔플라잉 유회승, ‘미스터트롯’ 출신 트로트 스타 김희재로 구성된 캐스팅을 선보였다.


뮤지컬 ‘모차르트!’는 ‘엘리자벳’·‘레베카’ 등 다수의 뮤지컬을 흥행시킨 유럽 유명 극작가 미하엘 쿤체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 콤비가 만든 작품이다. 인간 모차르트의 생애를 조명하며 그의 천재성과 인간적 삶의 대립을 입체적으로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2010년 초연된 후 세종문화회관에서 라이선스 공연 기준 최장 기간·최다 회차 공연을 올리며 흥행을 거뒀다. 그간 ‘모차르트’ 역은 김준수·박효신·박은태 등 배우들이 자신들의 티켓 파워를 입증하며 뮤지컬 스타로 나아가는 발판이 됐다.


문제는 팬덤에 기댄 파격적 캐스팅이 공연의 완성도에 물음표를 띄울 수 있다는 점이다. 주인공 모차르트 역은 대극장 공연 중에서도 극 중 큰 비중을 차지하며 개인의 존재감이 뚜렷한 캐릭터다. 넘버의 난이도도 높다. 대표 넘버 ‘내 운명 피하고 싶어’의 경우 살인적인 고음이 연달아 나올 정도다. 연기도 만만치 않다. 해맑은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 아버지 ‘레오폴트’와의 복잡한 관계, 음악적 천재성으로 인한 기쁨과 고통이 양면적으로 표현돼야 한다. 이번 모차르트 VIP 티켓 가격은 17만 원에 달한다. 고가인 만큼 공연의 완성도를 향한 관객들의 기대도 높을 수밖에 없다.


이번 공연으로 처음 뮤지컬에 도전한 김희재는 중장년층 위주의 트로트 팬덤을 갖춘 가수다. 그의 영향력은 공연 예매 연령대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공연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 티켓에 따르면 26일 기준 ‘모차르트!’ 예매자의 17.2%는 40대이고, 17.6%는 5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뮤지컬 공연의 경우 2030 여성 관객층이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공연은 중장년층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셈이다.


그러나 이번 모차르트 공연의 경우 모차르트의 입체적인 면모를 그려내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김희재는 걸출한 가창력을 지닌 스타이지만 3시간에 달하는 뮤지컬 공연의 감정선을 표현하기에는 충분히 다듬어지지 못한 모습이었다. 좋은 음색에 비해 감정의 진폭이 다소 평면적으로 그려져 설득력이 약하다는 느낌을 줬다.



뮤지컬 '모차르트!' 공연 사진. 사진 제공=EMK뮤지컬컴퍼니

다른 배우에 대한 평가도 의견이 엇갈린다. 수호와 유회승 모두 아이돌 활동을 통해 가창력을 인정받은 데다 첫 뮤지컬이 아니다. 하지만 모차르트의 기질과 고뇌를 연기에 잘 담아내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는 평이다.


제작사 측은 오디션을 통해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극에 적합한 신예를 선발했다는 입장이다. 앞서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엄홍현 EMK뮤지컬컴퍼니 대표는 “캐스팅에 고심이 많았지만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장르를 초월해 대대적인 오디션을 진행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다만 이러한 과정을 통해 뽑힌 이들도 ‘스타’라는 점에서 극의 본질적인 전달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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