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폭력조직 '양은이파'의 두목으로 활동한 조양은(73)씨가 지명수배 중인 억대 사기범의 도피를 도우라고 지인에게 지시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 사기범과 조씨는 모두 같은 종교단체 신도로 알려졌다. 조씨는 혐의를 극구 부인하고 있다.
인천경찰청 강력범죄수사1계는 범인도피 교사 혐의로 조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은 또 사기범의 도피를 도운 조씨의 지인 A씨를 범인도피 혐의로 함께 입건했다.
조씨는 지난해 9월 사기 혐의로 지명수배 중인 고철업체 대표 B씨의 도피를 도와주라고 A씨에게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B씨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으로부터 입찰받은 낡은 철도 레일의 무게를 속여 차액 1억5000만원을 가로챘다가 경찰 수사를 받았다. B씨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고 도주한 뒤 조씨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B씨는 경찰에 붙잡혀 구속됐고 최근 출소했다. A씨와 B씨 모두 조씨와 같은 종교단체에 다니는 신도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씨는 "B씨는 우리 교회 다른 교인들에게도 10억원대 사기를 쳤다"며 "그런 사기범을 숨겨주라고 지인에게 시킬 이유가 없다"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밝혔다.
조씨는 1970년대에 폭력조직 양은이파를 이끈 거물급 조직폭력배로 1980년 범죄단체 결성 등의 혐의로 구속돼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1995년 만기 출소해 '신앙 간증'을 받은 뒤 선교사로 활동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이후에도 해외 원정도박와 대출 사기 등 혐의로 여러 차례 기소됐다.
경찰 관계자는 "B씨의 사기 사건을 수사하던 중 뒤에 도피를 도와준 A씨가 조씨와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조씨와 A씨 모두 검찰에 송치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