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를 겪던 6·25 참전 용사가 마트에서 식료품을 훔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참전 용사에 대한 후원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26일 부산진경찰서는 지난 23일 절도 혐의로 입건된 참전 용사 A씨(80대)에 대해 25명이 경찰에 후원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4월 초부터 지난달 초까지 부산 금정구에 있는 마트에서 7차례에 걸쳐 8만원 상당의 식료품을 훔친 혐의를 받는다. 그가 훔친 것은 참기름과 젓갈, 참치캔과 같은 품목이었다.

‘물건이 조금씩 없어진다’는 마트 측의 신고를 받은 경찰에 A씨의 집에서 그를 검거했다.

A씨는 “당장 쓸 수 있는 생활비가 부족해 물건을 훔쳤다”며 “죄송하다”고 사죄했다.

경찰 조사 결과 그는 6·25 마지막 해인 1953년 참전했던 국가 유공자였다. 제대 이후 30여년 간 선원으로 일하며 가정을 꾸린 그는 자녀들이 독립하고 배우자가 세상을 떠나자 단칸방에서 홀로 지냈다. 생활비는 매달 받는 참전 유공자 지원금 약 60만원으로 해결했다.

이러한 사연을 접한 시민들은 지난 23일부터 경찰과 보훈청 등을 통해 A씨에게 전달해달라며 죽, 참기름, 참치캔과 같은 식료품과 생필품을 건네왔다. A씨를 후원하고 싶다는 연락도 잇따랐다.

종이 한 바닥을 가득 채운 편지도 전해졌다. 글쓴이는 “사연을 접하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한달음에 달려왔다”고 했다.

글쓴이는 “버젓이 자녀들이 있음에도 대단한 금은보화가 아닌 그저 최소한의 생활에 필요한 반찬거리를 훔친 노인분의 소식을 들은 누구든 가슴 한편에 먹먹함을 느꼈을 것”이라며 “거기에 그 분이 한국전의 영웅이라는 사실을 접하고는 가슴이 미어지는 것만 같았다”고 적었다.

이어 “우리 사회의 가장 구석진 그늘에서 외롭게 살고 계신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며 “그 분들의 땀 위에 사는 우리 후손들이 나설 때”라고 했다. 이 글쓴이는 편지와 함께 생활비가 담긴 카드를 전달했다.

경찰은 건네받은 물품을 직접 전달할 예정이며, 후원 희망자는 부산지방보훈청으로 연결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경찰은 직접 사비를 들여 구매한 롤케이크를 관내 참전용사 15명에게 전달했다.

한편 경찰은 A씨 사건에 대해 즉결심판을 청구하기로 했다. 즉결심판이란 20만원 이하 벌금 또는 과료에 해당하는 경범죄 사건에 대해 형사 소송 절차를 거치지 않는 약식 재판이다. 유죄가 입증돼도 전과가 남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