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1명씩 2번 늘리고 3년 필수의료 의무 부여해야" [이슈앤워치]

■27일 의사 인력 수급추계 전문가 포럼
고령화, 디지털 의료기술 등 환경 급변
5년 주기 적정의사수 산출 시스템 필요
증원해도 10~14년 후에나 효과 나타나
응급실 뺑뺑이, 오픈런… 단기책도 필요
복지장관, 의료법 11조1항 적용 검토를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소화병원에 휴진 안내문이 붙어 있다. 국내 1호 어린이 전문병원인 소화병원은 소청과 의사 인력이 부족해 결국 휴일 진료를 중단했다. 휴일 진료 중단으로 당분간 주말은 토요일 오전에만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성형주 기자

“의사 인력 확충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인력을 확충하지 않으면 절대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 차관)


“인력 확충은 필수·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의대 증원이나 인력 확충은 수많은 부작용을 낳을 것입니다.” (이광래 인천광역시의사회장)


정부와 의사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규모와 방식을 놓고 입장차이를 보이는 가운데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27일 의사 인력 수급추계 전문가 포럼을 열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적정 의사 인력 확충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


2006년 3058명으로 줄어든 이후 20년 가까이 꿈쩍도 하지 않던 의대 정원이 2025년도 입시부터 확대될 기미가 보이자 ‘장외’에서는 벌써부터 찬성과 반대 여론이 갈리고 증원 규모와 방식 등 방법론에 대한 토론이 뜨겁게 펼쳐지고 있다.


우선 찬성하는 쪽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의 한국 의사 수를 근거로 절대적인 숫자가 부족하다고 강조한다. OECD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인구 1000명 당 의사는 2.5명으로 2.4명인 멕시코 다음으로 가장 적다.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노인 돌봄 수요 급증으로 한국의 의사 수 부족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게 찬성 측 분석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은 2025년 5516명, 2030년 1만 4334명, 2035년 2만 7232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한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우리나라 연간 외래 진료 횟수는 14.7회로 OECD 평균 5.9회보다 월등히 많다는 사실을 주목한다. 이를 놓고 의사가 적지 않기 때문에 의사를 만나기가 그만큼 쉬운 것이라고 해석한다. 또 OECD는 평균 의사 수가 거의 늘지 않는데 한국은 연 평균 3.1%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도 강조한다. 은퇴를 앞둔 의사 비율이 한국은 19%, OECD 평균은 34%라는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도 OECD 국가에 비해 한국 의사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이같은 인식을 기반으로 찬성 쪽은 정원을 확대하면 ‘낙수 효과’로 결국에는 인력이 필수의료로 유입될 것으로 본다. 반면 반대 쪽에서는 흉부외과·소아청소년과 등 기피과 처우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을 경우 선호과 경쟁률만 더 높아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증원이 건보 재정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서는 양측은 정반대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규모와 방식을 놓고도 이견이 나온다. 의료계는 대체로 의약 분업 당시 감원한 351명만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500명+α’를 기본으로 협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는 1000명 이상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원 확대 방식의 경우 의협은 기존 의대 증원, 국회는 의대 신설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부는 기존 의대 증원이 기본 입장이지만 의대 신설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전문가들은 지역·필수 의료를 강화하려면 반드시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단계적 확대를 합리적 해법으로 제시했다. 고령화, 디지털 의료기술 발전, 획기적 치료제 개발 등 급변하는 보건의료 환경 속에 너무 긴 호흡으로 정원을 조정할 경우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 발생하거나 불필요한 의료 서비스가 남발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정원 확대는 중장기 대책인 만큼 ‘응급실 뺑뺑이’ 사망 사고가 잇따르고 ‘소청과 오픈런’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단기 대책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보건의료인력지원법에 근거해 5년 주기로 적정 의사 수를 산출해 확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우선 351명을 늘리고 5년 뒤 추가로 351명을 증원해 총 700여명 증원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기책으로 의료법 11조 1항 적용 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복지부 장관이 의지만 있으면 당장 필수·지역의료 강화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법 11조 1항은 복지부 장관이 보건의료 시책에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면허를 내줄 때 3년 이내의 기간을 정해 특정 지역이나 특정 업무에 종사할 것을 조건으로 붙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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