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는 골프장 잔디가 대체로 길어진다. 폭염과 장마, 병충해 때문에 짧게 자를 수 없어서다. 이럴 때 페어웨이나 비교적 얕은 러프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무기가 아이언과 우드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클럽이다. 다루기 편하면서 잔디의 저항을 뚫고 원하는 거리를 충분히 낼 수 있다.
최승빈은 원래 하이브리드를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달 초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KPGA 선수권을 앞두고 급하게 하이브리드(18도)를 맞췄다. 러프가 긴 코스에서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예상대로 효과를 톡톡히 발휘했다. 특히 대회 3라운드 3번 홀(파5)에서는 하이브리드 덕에 이글을 잡았다. 티샷을 355야드 날린 뒤 홀까지 240야드 남은 상황에서 하이브리드로 친 두 번째 샷이 핀 1m 거리에 붙은 것이다. 최승빈은 생애 첫 우승을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이 대회에서 거뒀다.
아마추어 골퍼들이 하이브리드 클럽에 대해 가장 궁금해 하는 점은 과연 아이언처럼 찍어 치느냐, 우드처럼 쓸어 쳐야 하느냐이다. 최승빈은 둘 다 맞는다고 했다. 스핀을 원할 때는 찍어 치고, 거리에 초점을 맞출 때는 쓸어 쳐야 한다는 얘기다. “찍어 칠 때는 볼 위치를 스탠스 가운데 쪽에 두고 다운스윙을 약간 가파르게 가져가면 돼요. 쓸어 칠 때는 볼을 조금 왼발 쪽에 두고 완만하게 때리고요. 그렇다고 궤도에 큰 차이가 있는 건 아니에요. 그냥 그런 느낌만 가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곱상한 외모의 최승빈은 체구(키 177cm, 체중 71kg)가 크지는 않지만 장타력은 남부럽지 않다. 시즌 평균 321야드로 평균 드라이버 샷 거리 3위에 올라 있다. ‘코리안 헐크’ 정찬민과는 정규 투어 입문 동기로 매 대회 함께 연습라운드를 하며 장난삼아 자주 파워 대결을 펼친다.
최승빈은 멀리 치는 비결에 대해 힘을 쓰는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같은 힘을 쓰더라도 임팩트 순간 최대로 쏟아 부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그네를 이용해 설명했다. “그네 탈 때를 상상해 보세요. 올라갈 때는 힘을 주지 않다가 내려올 때 몸이 살짝 주저앉으면서 발판을 구르잖아요. 그네와 골프 스윙의 힘쓰는 이치가 거의 비슷해요. 그네 느낌을 살리면서 연습을 하면 임팩트 타이밍을 잡는 데에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최승빈은 드라이버, 우드, 하이브리드, 아이언 등 모든 스윙이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가 또 하나 강조하는 건 원심력이다. “그립을 가볍게 잡고 몸의 힘을 빼면 헤드 무게를 보다 잘 느끼게 됩니다. 그 상태에서 클럽을 던지면 원심력이 커지면서 좀 더 멀리 때릴 수 있고, 힘을 뺀 자연스런 상태여서 부상의 위험도 적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