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빈의 240야드 하이브리드 샷…“힘쓰는 타이밍은 그네 원리”

찍어 칠 때는 가운데 볼 두고 가파른 각도로
쓸어 칠 때는 왼쪽에 볼 두고 완만한 각도로
다운스윙 때 그네 발판 구르듯 힘써야 장타
헤드 무게 느끼려면 손힘 빼고 그립 잡아야

KPGA 선수권 3라운드 3번 홀에서 하이브리드 샷을 날리고 있는 최승빈. 홀까지 240야드 남은 상황에서 친 두 번째 샷을 핀 1m 거리에 붙여 이글을 잡았다. 그가 KPGA 선수권에서 1타 차 우승을 거둔 원동력 중 하나로 꼽힌다. 사진 제공=민수용 골프전문 사진기자

여름에는 골프장 잔디가 대체로 길어진다. 폭염과 장마, 병충해 때문에 짧게 자를 수 없어서다. 이럴 때 페어웨이나 비교적 얕은 러프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무기가 아이언과 우드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클럽이다. 다루기 편하면서 잔디의 저항을 뚫고 원하는 거리를 충분히 낼 수 있다.


최승빈은 원래 하이브리드를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달 초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KPGA 선수권을 앞두고 급하게 하이브리드(18도)를 맞췄다. 러프가 긴 코스에서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예상대로 효과를 톡톡히 발휘했다. 특히 대회 3라운드 3번 홀(파5)에서는 하이브리드 덕에 이글을 잡았다. 티샷을 355야드 날린 뒤 홀까지 240야드 남은 상황에서 하이브리드로 친 두 번째 샷이 핀 1m 거리에 붙은 것이다. 최승빈은 생애 첫 우승을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이 대회에서 거뒀다.


아마추어 골퍼들이 하이브리드 클럽에 대해 가장 궁금해 하는 점은 과연 아이언처럼 찍어 치느냐, 우드처럼 쓸어 쳐야 하느냐이다. 최승빈은 둘 다 맞는다고 했다. 스핀을 원할 때는 찍어 치고, 거리에 초점을 맞출 때는 쓸어 쳐야 한다는 얘기다. “찍어 칠 때는 볼 위치를 스탠스 가운데 쪽에 두고 다운스윙을 약간 가파르게 가져가면 돼요. 쓸어 칠 때는 볼을 조금 왼발 쪽에 두고 완만하게 때리고요. 그렇다고 궤도에 큰 차이가 있는 건 아니에요. 그냥 그런 느낌만 가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곱상한 외모의 최승빈은 체구(키 177cm, 체중 71kg)가 크지는 않지만 장타력은 남부럽지 않다. 시즌 평균 321야드로 평균 드라이버 샷 거리 3위에 올라 있다. ‘코리안 헐크’ 정찬민과는 정규 투어 입문 동기로 매 대회 함께 연습라운드를 하며 장난삼아 자주 파워 대결을 펼친다.



최승빈은 장타를 치려면 "헤드 무게를 느끼면서 최대한 멀리 던져야 한다"고 말한다. 사진 제공=민수용 골프전문 사진기자

최승빈은 멀리 치는 비결에 대해 힘을 쓰는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같은 힘을 쓰더라도 임팩트 순간 최대로 쏟아 부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그네를 이용해 설명했다. “그네 탈 때를 상상해 보세요. 올라갈 때는 힘을 주지 않다가 내려올 때 몸이 살짝 주저앉으면서 발판을 구르잖아요. 그네와 골프 스윙의 힘쓰는 이치가 거의 비슷해요. 그네 느낌을 살리면서 연습을 하면 임팩트 타이밍을 잡는 데에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최승빈은 드라이버, 우드, 하이브리드, 아이언 등 모든 스윙이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가 또 하나 강조하는 건 원심력이다. “그립을 가볍게 잡고 몸의 힘을 빼면 헤드 무게를 보다 잘 느끼게 됩니다. 그 상태에서 클럽을 던지면 원심력이 커지면서 좀 더 멀리 때릴 수 있고, 힘을 뺀 자연스런 상태여서 부상의 위험도 적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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