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앞 불법설치물 철거…주민 일상회복 10년이나 걸렸다

고성·현수막 시위에 시민 고통 겪어
소음 규제 등 근본적 해결책 필요
집회 신고 단계부터 심사 강화해야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사옥 인근의 횡단보도에 장기 시위자가 설치했던 현수막. 사진 제공=독자

서울 서초구청이 최근 불법 시위물에 대한 행정 대집행을 한 후 현대자동차 사옥 인근의 횡단보도 주변이 깨끗해졌다. 사진 제공=독자

“볼썽사나운 천막과 소음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오랜만에 평온한 일상을 되찾은 것 같아요.”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 A 씨는 최근 서초구청의 불법 시위 설치물 철거 작업 이후 “동네가 달라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지역은 막무가내식 1인 시위와 집회로 기업은 물론 인근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해온 대표적 장소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서초구청은 최근 현대차그룹 사옥 인근의 명예훼손 시위용 현수막과 불법 대형 천막, 고성능 스피커 등 시위 설치물을 철거하는 행정 대집행을 실시했다.


이번에 철거된 불법 설치물은 2013년부터 시위를 벌여온 B 씨가 설치한 것들이다. B 씨는 판매 대행 계약을 맺었던 판매 대리점 대표와의 불화 등으로 계약이 해지되자 기아에 ‘원직 복직’을 요구하며 시위를 해왔다. 하지만 B 씨가 사거리 도로 가장자리를 따라 내건 다수의 배너형 현수막은 운전자의 시야를 가려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와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관할 구청의 도로 점용 허가 없이 설치한 불법 천막도 화재에 대비한 최소한의 안전 장비를 구비하지 않아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출퇴근 시간대 등 유동 인구가 많은 시간에는 고성능 스피커로 가요나 인격 모독성 발언 등을 여과 없이 내보내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사옥 인근 인도에 장기 시위자가 설치했던 현수막. 사진 제공=독자

서울 서초구청이 최근 불법 시위물에 대한 행정 대집행을 한 후 현대자동차 사옥 인근 인도가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사진 제공=독자

이번 행정 대집행에 대해 지역 주민들은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초구청 홈페이지에도 “현대차그룹 빌딩 주변은 매일 아침저녁으로 고성의 노래를 틀고 난잡한 현수막과 텐트 등이 들어서 무법천지처럼 보였다”며 “구청의 원칙을 지킨 행정처분에 구민으로서 깊은 감사를 드린다”는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재계와 법조계는 이번 행정 대집행을 계기로 불법 시위 물품이 시민의 평온한 일상을 침해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경찰의 집회·시위 신고 접수 단계에서부터 불법 시위 설치물에 대한 사전 심사를 강화하자는 것이다. 현재는 옥외 집회 신고서에 준비물로만 기재하면 현수막과 입간판·스피커 등 시위 물품을 개수에 제한 없이 설치할 수 있다. 이러다 보니 한 명이 수십 개의 현수막을 부착하거나 보행로를 가로막는 불법 대형 천막도 사전 심사 단계에서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다.


시위 도중 불법 시위 물품이나 불법행위가 적발되면 이후 집회·시위 접수에서 불이익을 강제하는 것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미국 뉴욕주는 전날 시위 소음이 과도하거나 인근 주민의 불편이 초래되는 경우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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