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파 발레리나 강미선 "한국 최고여야 세계서도 최고"

브누아 드 라 당스의 최고 여성 무용수상 수상
유니버설발레단 21년째 근속… 창작 발레론 수상 처음
국내파 발레리나로 후회 없어
무용수 꿈꾸는 이들에 희망주고파

‘무용계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의 최우수 여성 무용수상을 받은 발레리나 강미선이 27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 제공=유니버설발레단

“여기에서 최고가 안 되면 해외에서도 최고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21년이라는 시간 동안 해외에 나가지 않았다고 해서 후회되지는 않습니다.”


‘무용계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의 최우수 여성 무용수상을 받은 발레리나 강미선이 27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소감을 밝혔다. 강미선은 20일(현지 시간) 브누아 드 라 당스 시상식에서 중국의 추윈팅과 함께 최우수 여성 무용수상을 받았다. 브누아 드 라 당스는 1991년 국제무용협회가 현대 발레에 큰 영향을 끼친 러시아의 예술가이자 비평가 알렉산드르 브누아의 이름을 따 제정한 상이다. 브누아 드 라 당스에서 상을 받은 한국인 무용수는 이번이 다섯 번째다.


강미선은 미국 워싱턴 키로프아카데미를 거쳐 2002년 연수 단원으로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해 유니버설발레단에서만 활동했다. 지난해 20년 근속상도 받았다. 21년째 국내 발레단에서만 활동한 그를 세계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그는 “이렇게 오랜 시간 한 발레단에서 춤을 출 줄은 몰랐다”며 “부족한 부분을 자꾸 채워가려 노력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지났다”고 말했다.


특히 브누아 드 라 당스에서 한국의 창작 발레 작품으로 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품은 유병헌 유니버설발레단 예술감독의 안무작 ‘코리안 이모션’ 중 하나인 ‘마리내길’이었다. 강미선은 세상을 떠난 남편을 그리워하는 과부를 연기했다. 한국 고유의 정서인 정을 한국무용으로 표현한 창작 발레다. 심사 과정에서 온몸을 다해 슬픔을 밖으로 표현하는 서양과 달리 내부로 파고드는 슬픔을 표현한 한국무용의 특징이 수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강미선은 “여덟 살 때부터 다니던 무용학원에서 6년간 한국무용을 배웠다”며 “어렸을 때 한국무용을 했던 동작·느낌을 지금도 갖고 있어 한국적인 작품을 할 때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언급했다.


강미선에게는 발레와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 발레리나’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붙는다. 2021년 10월 아들을 출산한 뒤 5개월 만에 발레 ‘춘향’으로 복귀하면서부터다. 그러나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 워킹맘보다 한국 발레를 알렸다는 사실로 주목받고 싶다고 했다. 그는 “저는 육아를 하면서 힘들었던 점을 춤을 추고 무대에 오르면서 많이 푼다”며 “육아와 발레를 병행하면서 힘들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이번에는 안타깝게 남편이 집에서 혼자 아기를 보느라 시상식에 같이 못 왔다”면서 “다음에는 러시아에 아기랑 가고 싶다”며 웃었다.


강미선은 “볼쇼이극장 무대에서 한국 발레를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영광이었다”며 “발레리나의 꿈을 가진 사람들과 경력을 시작하는 무용수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무용수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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