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력 수급추계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의대 정원을 확대하지 않으면 앞으로 인력이 크게 부족하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고령화에 따른 의료 수요 증가로 2050년 약 2만 2000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됐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인구 감소 추이를 고려할 때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토론장 밖에서는 정원 문제 논의 주체 확대를 놓고 보건복지부와 의협이 정면 충돌했다. 복지부가 주체를 환자 등 수요자, 전문가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의협은 논의 중단을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맞불을 놓았다.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복지부 주최로 27일 서울 로얄호텔에서 열린 의사인력 수급추계 전문가 포럼에서 “저출산과 고령화 인구구조 변화에 기반해 필요한 의료수요를 전망한 결과 2050년이면 약 2만 2000명의 의사가 부족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이어 “2030년까지 의대 정원의 5% 증원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2050년 활동 의사수와 필요 의사수가 가장 가까운 수치가 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복지부와 의협은 이달 8일 열린 제10 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에서 필수·지역의료 강화를 위해 의사인력 확충방안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또 미래 의료수요에 대한 면밀한 분석 등을 위해 의사인력 수급추계 전문가 포럼을 개최하기로 했다.
포럼 첫번째 발제자로 나선 신영석 고려대 교수는 보건사회연구원 소속으로 2020년과 2021년 실시한 보건의료인력 중장기 수급추계와 전문과목별 의사인력 수급추계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신 교수에 따르면 2020년 연구에서는 2035년 의사 9654명이 부족할 것으로 관측됐다. 진료과목별 차이와 의사 업무량 변화 등을 반영한 2021년 연구 때는 이보다 많은 2만 7232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됐다.
우봉식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의대 정원 논의, 문제와 대안을 발표했다. 우 원장은 인구감소 추이 등 고려할 때 의사가 부족하지 않고 의사가 늘면 건강보험 진료비 증가 등의 문제가 나타나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이날 의대 증원 논의 주체를 환자 등 수요자, 전문가 등으로 확대하겠다는 복지부의 방침에 강력 반발했다. 의대 정원 문제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산하 분과위원회 등에서 논의하겠다는 조규홍 복지부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9·4 의정합의와 그동안의 의료현안협의체 논의 과정을 한순간에 수포로 만들어버린 복지부에 깊은 유감과 분노를 표한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의료계와 정부의 신뢰 관계가 무참히 짓밟혔다”며 “향후 진행되고 이뤄질 정부와의 각종 분야 모든 논의를 즉각 중단할 것을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급자인 의료계의 의견을 들었으니 수요자 단체, 전문가들의 의견도 폭넓게 수렴하겠다”며 “의료계와의 협의만으로 충분하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의협 반발에 복지부는 의료현안협의체 논의를 함께 진행하며 의료계와의 논의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와 의협은 2020년 9월 4일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대 정원 등의 논의를 재개하기로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