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시대에 주도권을 잡기 위해 첨단 반도체 공정 리더십 확보에 나선다. 생성형 AI붐에 맞춰 AI 기술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 구체적인 밑그림을 제시했다. 2025년 모바일향 공정에 이어 2026년 고성능 컴퓨팅(HPC), 2027년 오토모티브향 공정으로 최첨단 2나노 공정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27일(현지 시간) 삼성전자가 미국 실리콘밸리 산호세 시그니아 힐튼 호텔에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3’을 연 가운데 열고 이 같이 구체적인 2나노 양산 계획을 밝혔다. 2나노 양산 계획이 구체화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기조연설자로 무대에 나선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1980년대 후반 인터넷 혁명에 이어 AI혁명이 새로운 게임 체인저로 부상하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AI 반도체에 가장 최적화된 트랜지스터 기술을 계속 혁신해 AI 기술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최 사장은 15분간의 기조연설 중 상당 부분을 AI혁명에 할애했다. 그는 “AI의 성공 요인으로는 데이터 처리 성능과 시간이 중요해 저전력 고효율을 낼 수 있는 공정을 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파운드리 포럼에는 주요 고객과 파트너 총 700여명이 참여했다.
2나노 공정부터 판 바꾼다
2나노 공정(SF2)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있는 삼성전자는 2나노 양산 계획도 구체화했다. 2025년 모바일향을 중심으로 2나노 공정(SF2)을 양산하고 다음해인 2026년에는 고성능 컴퓨팅(HPC)향 공정, 2027년 오토모티브향 공정으로 확대에 나선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최첨단 2나노 공정(SF2)은 3나노 공정(SF3) 대비 성능이 12% 높아지고 전력 효율은 25%가 향상된다. 면적은 5% 가량 감소한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201억9000만 달러 수준인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2026년 1879억1000만 달러로 연평균 성장률(CAGR)이 12.9%에 달한다. 이달 초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은 “2나노 공정부터 게이트올어라운드(GAA)를 도입하면 업계 1위와 같게 될 것”이라며 2나노 이후 비전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특히 전력반도체 분야에 있어서는 컨슈머, 데이터센터, 오토모티브 향으로 2025년 8인치 질화갈륨(GaN) 전력반도체 파운드리 서비스를 시작한다. GaN은 고압·고온·고주파를 버텨내기 힘든 실리콘 전력반도체의 약점을 극복한 것으로, 최대 800도에서도 역할을 수행해낼 수 있다. 특히 게임체인저가 될 분야는 전기차를 비롯한 오토모티브 분야다. 신한투자증권 기업분석부는 “전기차용 전력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1년 2조 원에서 연간 70% 이상 성장해 2025년이면 19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6세대(6G) 이동통신 선행 기술 확보를 위해 5나노 RF공정도 개발해 2025년 상반기에 양산에 나선다. 5나노 공정은 기존 14나노 대비 전력효율이 40% 이상 향상되고 면적은 50% 감소한다.
비욘드 무어 시대 주도 나설 것
동시에 삼성 파운드리를 중심으로한 생태계 확대를 통해 ‘비욘드 무어’ 시대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SAFE 메모리·패키지 기판·테스트 분야 기업 등과 함께 최첨단 패키지 MDI(멀티 다이 통합) 협의체 출범에 나선다. MDI 협의체는 2.5차원(2.5D), 3차원(3D) 이종집적 패키지 기술 생태계 구축을 통해 적층 기술을 혁신하면서 최첨단 패키지 원스톱 턴키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최근 AI붐 관련해서 수급 격차가 큰 곳이 패키징 기술 분야인 만큼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설명이다. 패키징 기술의 경우 차원이 높을 수록 기술이 정교해진다.
이에 더해 삼성전자는 고객 수요에 곧장 대응할 수 있도록 ‘셸 퍼스트’ 전략을 확대 적용한다. 셸 퍼스트는 반도체 위탁 생산에 필수적인 ‘클린룸’을 먼저 조성해 주문이 들어오면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선제적 투자 전략이다. 지난해 10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진행된 삼성 파운드리 포럼에서 파운드리 성장 전략으로 처음 공개했다. 정기봉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테일러시와 우리나라 평택에 이어 용인에 건설하고 있는 대규모 생산라인으로 2027년 삼성전자 파운드리 클린룸 규모가 2021년 대비 7.3배 늘어날 것”이라며 “얼터너티브 팹을 오가는 핑퐁 전략을 통해 고객 수요를 맞추는 데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