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밀가루값 떨어졌다” 압박에…롯데·오뚜기도 가격 인하

제크 100원, 스낵면 40원 인하
빼빼로·꼬깔콘·진라면·홈런볼 등
주요 제품 가격인하 대상서 제외
"인건비·원부자재 비용압박 여전"
밀 선물 58%↓ "수입가 6개월 시차"

/사진 제공=롯데웰푸드

정부가 제분업체들과 간담회를 열고 밀가루 가격 인하를 요청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식품업계를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롯데웰푸드(280360), 오뚜기(007310), 해태제과도 제품 가격을 인하한다고 28일 밝혔다. 다만 밀 선물가격은 지난해 5월의 60%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인건비·에너지 비용 등 다른 비용에 대한 부담은 계속되면서 주요 제품들은 가격 인하 대상에서 제외됐다.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는 7월 1일부로 과자 3종의 가격을 인하한다고 28일 밝혔다. 빼빼로와 꼬깔콘 등 주요 제품은 인하 대상에서 제외됐다.


가격 인하 품목은 빠다코코낫, 롯샌, 제크 등 3종으로, 현재 편의점에서 1700원에 판매되고 있으나 내달부터 1600원이 된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서민 물가 부담을 덜어드리고자 과자 대표 브랜드인 3종에 대해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오뚜기

같은날 오뚜기도 내달부터 라면류 15개 제품 가격을 평균 5%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진라면을 제외한 스낵면, 참깨라면, 진짬뽕 등 15개 제품이 대상이다.


이번 인하로 대형마트 판매가 기준 스낵면(5개입) 가격은 3380원에서 3180원으로 200원 낮아진다. 참깨라면(4개입)도 4680원에서 4480원으로 200원 인하되고, 진짬뽕(4개입)은 6480원에서 6180원으로 300원 저렴해진다. 오뚜기 관계자는 “라면 가격 인하로 서민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며 “오뚜기는 앞으로도 더 좋은 맛과 품질의 제품, 서비스로 보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뚜기는 2010년 진라면 가격을 인하한 뒤 원부자재, 인건비 등의 상승에도 2021년 8월까지 가격을 동결한 바 있다.


해태제과도 다음달부터 ‘아이비 오리지널’ 가격을 10% 인하한다. 주요 제품인 맛동산과 홈런볼 등은 이번 인하에서 제외됐다.


롯데웰푸드와 해태제과의 가격 인하는 지난 2010년 이후 13년 만이다. 롯데제과는 당시 과자 7개 제품 가격을 4∼14% 내렸고, 해태제과 역시 당시 아이비의 가격을 인하했다.



/사진 제공=삼양식품

이번 과자 가격 인하는 전날 농심(004370)과 삼양식품(003230)의 라면 가격 인하에 이어 결정됐다.


전날 삼양식품은 삼양라면, 짜짜로니, 맛있는라면, 열무비빔면 등 12개 제품에 대해 가격을 평균 4.7% 인하한다고 밝혔다. 불닭볶음면은 인하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편의점 가격 기준 삼양라면은 940원에서 900원으로 40원, 짜짜로니는 1100원에서 1050원으로 50원, 열무비빔면은 1000원에서 850원으로 150원 인하될 예정이다. 할인점 판매가 기준으로는 삼양라면 봉지면 5입 멀티 제품이 3840원에서 3680원으로 4%, 짜짜로니는 4입 멀티 제품이 3600원에서 3430원으로 5%, 열무비빔면은 4입 멀티 제품이 3400원에서 2,880원으로 15% 인하된다.



/사진 제공=농심

앞서 농심도 같은날 신라면과 새우깡의 출고가를 내달부터 각각 4.5%, 6.9%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편의점 등 소매점 기준 한 봉지에 1000원인 신라면 가격은 950원으로 50원, 새우깡은 1500원에서 1400원으로 100원 낮아질 예정이다. 농심은 국내 제분회사가 밀가루(소맥분) 공급 가격을 다음달부터 5% 인하하기로 한 뒤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농심이 라면 가격을 내린 건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이후 13년 만이다. 농심 관계자는 “이번 가격 인하로 경영에 부담은 있지만 국민생활과 밀접한 제품을 대상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농심과 오뚜기, 삼양식품 등은 주 원재료인 밀가루와 팜유 국제 시세가 뛰자 2021년 8~9월, 지난해 9~10월 두 차례에 걸쳐 라면 값을 인상했다. 2008년부터 2020년까지 12년간 동결됐던 진라면 한 봉지 가격은 2021년 720원에서 이달 950원으로 32%나 뛰었다. 가격 인상 효과가 더해지자 농심의 올 1분기 국내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1.3% 증가했고, 오뚜기도 영업이익이 10% 이상 늘었다. 다만 이번 결정으로 향후 실적 전망치는 다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농심은 이번 가격 인하로 밀가루 공급가 인하에 따른 비용 절감액을 제외하고 120억 원의 손해를 볼 것으로 내다봤다.


식품업계들의 이같은 가격 조정은 물가 안정에 동참해달라는 정부의 최근 요청에 따른 것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8일 라면 값 문제와 관련해 "기업들이 밀 가격 내린 부분에 맞춰 적정하게 가격을 내렸으면 좋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틀 전 제분업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밀 가격 인하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달 밀 선물가격은 t당 243달러로, 지난해 5월의 58% 수준으로 떨어졌다. 통상적으로 밀 선물가격 등락의 영향은 4∼6개월의 시차를 두고 수입가격에 반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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