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킬러문항 배제를 강조하며 ‘사교육 카르텔’ 압박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원조 일타강사’ 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이 이와 관련해 정부를 비판했다. 킬러문항을 배제하는 것만으로 사교육 과열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취지다.
손 회장은 지난 27일 KBS ‘더 라이브’에 출연해 “사교육을 잡는다는 말에 어폐가 있다. 사교육은 공교육의 보완재로 치열한 입시 때문에 나타나는 한국적 수요”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벌지상주의와 학력에 따른 임금 격차 등 근본적 문제는 외면한 채 킬러문항만 없앤다고 사교육 쏠림 현상을 개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타강사의 고액 연봉 논란에도 화살을 날렸다. 그는 “일타강사는 정말 많은 학생을 가르쳐 수입이 많은 것”이라며 “고액(수강료)을 받았거나 정의롭지 못한 행태로 강의를 하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축구선수)손흥민이 공을 너무 잘 차니까 고액연봉인데 일타강사들은 10명에서 많게는 40명까지 팀원을 데리고 있어 나가는 연간 지출도 상당히 많다. 하나의 중소기업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원가 등에 따르면 수능 수학영역 일타강사 현우진씨는 학원에서 받는 연봉만 200억원대로 알려졌다. 2017년 그는 소득세가 130억원이었다고 직접 인증하기도 했다.
손 회장은 킬러문항 배제와 ‘공정 수능’의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사교육에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킬러문항이 문제가 되는 건 사실"이라며 "이를 배제하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겠다는 데는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킬러문항과 사교육을 연계시키는데, 킬러문항을 만든 건 교육 당국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라며 “킬러문항과 사교육을 연계시키는데, 킬러문항을 만든 건 교육 당국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라고 주장했다.
손 회장은 킬러문항의 배경으로 이명박 정부의 EBS 연계 정책과 문재인 정부의 영어 절대 평가를 꼽았다. 그는 “이명박 정부에서 EBS 연계율을 70%까지 지나치게 올리면서 지문이 그대로 출제되니까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킬러문항이 나오게 됐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 때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었는데 공부 잘하는 애들은 90점만 넘으면 다 1등급이니까 국어, 수학에 집중하게 됐고 또 변별을 위해서 어려운 문제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킬러 문항 배제’로 현장 수험생들이 겪을 혼란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손 회장은 “정치권에서 진영 논리로 대립하고 언론이 너무 지나치게 다루면서 혼란을 부풀릴 수 있다”며 “실제 킬러 문항과 관련학 학생은 최상위권 1%일 뿐 다수 학생에게는 공교육 범위 안에서 수능이 출제된다고 하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손 회장은 되레 올해 수능이 다수의 학생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수의 학생 입장에서 보면 ‘킬러문항’이 배제되고 공교육 범위 안에서 출제가 된다면 열심히 하면 도저히 도달할 수 없었던 만점도 가능하다”며 “왜 최상위권 학생들에게만 문제 되는 부분을 이렇게 크게 부각하는가. 의도가 좀 다른 데 있지 않나”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사교육 문제로 국민이나 정치권이 너무 많이 고민 안 해도 된다. 어떤 면에서 사교육이 지금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고 덧붙였다. 출생률이 낮아져 수험생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대학 정원이 유지된다면 이른바 ‘인서울 대학’ 진학에 어려움이 완화되고 이에 따라 사교육비 투자도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끝으로 손 회장은 공정 수능과 관련해 “9월 모의고사에서 공정 수능의 모델이 나올 텐데 7월, 8월에 빨리 그 모형을 공개해 혼란을 줄여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