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통화 제한적 기간·수준 부족”…“월가는 글쎄?”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제롬 파월(왼쪽 두번째) 연준 의장이 28일(현지 시간) ECB의 통화정책 포럼에 참석했다. ECB 중계화면 캡처

2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의 매파적 발언과 대중국 수출 규제 우려에 따른 엔비디아 하락에도 혼조세로 마감했습니다. 나스닥이 0.27% 상승한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이 0.04%,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0.22% 하락했습니다.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추가 긴축 전망에 한때 연 3.77%대까지 올랐는데요.


월가의 관심은 미 동부시간 이날 오전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포럼에 집중됐습니다. 별도로 바그너 그룹의 당초 목표는 러시아 국방장관의 체포였으며 사전에 반란 음모가 새나가 급하게 계획을 바꾸게 됐다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바그너 그룹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을 사살해도 좋다고 했었다는데요.


“공급과잉이 완화하고 있다”고 밝힌 마이크론은 분기 실적도 예상을 웃돌면서 시간외거래에서 한때 4% 넘게 오르기도 했죠. 오늘은 파월 의장의 발언을 중심으로 ECB 포럼과 기준금리, 증시 전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파월 “두 번 연속 금리인상도 배제 안 해”…“연준과 시장의 일 달라” 증시 상승 재차 묵인

우선 ECB 포럼에서 알아야 할 8가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① 파월, “지난 분기에 나온 데이터를 보면 예상했던 것보다 성장이 강하고 노동시장은 타이트하며 인플레이션이 생각보다 높다. 이는 통화정책이 제한적이지만 충분히 제한적이지 않을 수 있으며 제한적이었던 기간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해석: 지금까지 파월 의장은 최소한 충분히 제한적인 수준에 매우 가깝다는 식으로 언급. 이번에 충분히 제한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말을 바꾸면서 제한적인 기간이 충분하지 않다고까지 언급한 것은 지금으로서는 더 높은 금리를 더 오래 끌고 가겠다는 얘기. 매파적 요인


② “매우 강한 노동시장이 경제를 이끌고 있어. 6월 경제전망에서 대다수의 위원들이 2번 이상의 금리인상을 전망.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한 번씩 건너뛰면서 금리를 올릴 수도 있고 안 그럴 수도 있는데 연속 인상을 배제하지 않겠음”→해석: 강한 노동시장이 추가 긴축의 원인. 연준의 금리인상이 스킵(skip)으로 확정되는 것을 피하면서 연속 금리인상 가능성을 제시해 매파적 분위기 조성. ①과 같이 보면 7월 금리인상 가능성 매우 높음


③ “우리는 우리가 필요한 만큼 오랫동안 제한적인 정책을 유지할 것이다. 하지만 만약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내려오고 우리가 2% 인플레이션으로 가는 길에 자신감을 갖게 된다면 그건 다른 상황이 된다. 이 경우 사람들은 통화정책 완화(금리인하)를 생각하기 시작할텐데 지금으로서는 거기까지 가기에는 갈 길이 멀고 가까운 장래에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해석: 제한적인 정책을 오래 할 거냐는 질문에 대한 답인데 ‘아니오(No)’라고 입을 연 뒤 필요한 만큼만 하는 것이라고 한계를 둠. 하반기 물가가 생각보다 급격하게 하락하면 추가 긴축을 하지 않을 수 있으며 상황에 따라서는 금리인하가 가능함을 시사. 인플레 급락을 점치는 낙관론자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부분


④ “노동시장이 강하지만 고용시장이 둔화하기 시작했고 구인건수와 임금압력도 내려오고 있으며 일자리 창출도 느려지고 있다. 구인건수가 줄고 있으나 실업자의 1.7배이기 때문에 대규모 고용 감소없이 노동시장 둔화가 가능할 수 있다”→해석: 노동시장을 깨뜨려야 경기를 늦추고 물가를 잡을 수 있다는 주장이 있지만 구인건수가 워낙 많아 해고가 이뤄지더라도 사람들이 바로 일자리를 찾을 수 있어. 금리를 더 올려 긴축을 하더라도 노동시장이 망가지지 않고 버틸 수 있음. 침체 가능성이 낮다는 예상과 이어짐. 침체나 고용시장 둔화와 관련해 파월이 구인건수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음


⑤ “저소득층의 경우 다는 아니지만 상당 부분 초과저축 소진하긴 해. 은행 신용긴축은 약간 줄어들 수 있으며 지연이 있을 수 있어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침체 가능하지만 유력한 시나리오는 아냐. 양적긴축(QT)과 관련해 속도를 조절할 이유 없다”→해석: 소비 관련 초과저축 볼 필요. 다만, QT는 예정대로 계속 시행되며 속도조절 가능성 없음


⑥ “연준과 시장의 일은 다르다. 우리 임무는 인플레를 잡고 최대고용을 하는 것이다. 연준이 금융시장을 통해서 그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맞지만 (증시처럼) 특정 시장을 타깃으로 해서 하는 건 아니다. 우리는 더 큰 금융시장을 본다”→해석: 시장이 연준과 맞서는 것 아니냐는 말에 서로의 일이 다르다고 선 그어. 증시 상승 사실상 묵인


⑦ 라가르드 ECB “이제는 제발 정부가 코로나19와 에너지 가격 지원을 위한 지출을 줄여야 할 때다. 그래야 지속가능성 있게 나갈 수 있다” vs 파월 “정부의 각종 지출 법안이 인플레이션의 메인 동력 아냐. 강한 노동시장이 소비와 경제를 이끌어”→해석: 인플레이션이 높은 상황에서 정부의 재정정책에 관한 의견이 서로 갈림. 나라마다 차이가 있는데 미국은 노동시장과 소비가 주요 문제. 재정정책과 관계 없이 통화정책 펼 것


⑧ 라가르드 “7월에 금리 인상할 가능성 높다. 인상을 중단(pause·포즈)할 계획 없다”, 우에다 일본은행(BOJ) 총재 “기저 인플레가 2% 미만이어서 금리 안 올리고 있어. 2024년에 물가가 더 오른다면 통화긴축 가능”



연준이 6월 FOMC에서 제시한 경제전망

이날 파월 의장은 매파적이었습니다. 그는 “추가적인 제한이 올 것”이라고 시작했는데요.


통화정책이 제한적(restrictive)이라는 건 쉽게 말해 기준금리가 경기를 둔화시키는 수준이라는 겁니다. 충분히 제한적이라고 하면 한 발 더 나간 거니까 연준의 정책 목표를 이룰 종착점(최종금리)에 거의 다 왔다는 뜻인데요.


지금까지 파월은 ‘아마도 충분히 제한적’이라거나 ‘충분히 제한적인 수준에 매우 가깝다’고 해왔죠. 그런데 이번에 이를 번복했습니다. “충분히 제한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건데 그만큼 갈 길이 더 남았다는 건데요.


파월은 그동안 듣지 못했던 “충분히 제한적이었던 기간이 부족했을 수 있다”는 언급도 했습니다. 눈에 띄는 대목이었는데요. 애나 웡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파월은 정책이 충분히 오랫동안 제한적이지 않았다고 했다. 위험은 여전히 너무 적게 하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며 “이는 7월 회의에서 0.25%포인트(p)의 금리인상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1시51분 현재 7월 0.25%p 인상 확률이 81.8%로 어제보다 4.9%p 올라갔는데요. 파월 의장은 “노동시장이 매우 강하다”, “강한 노동시장이 소비와 경제를 이끌고 있다”, “두 번 연속 금리인상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말들을 쏟아냈습니다.


퍼거슨 “연준 금리 3번 인상할 수도” vs “시장, 여전히 7월 한 번만 인상”…퍼먼 “작년 가을부터 금융시장 완화 작은 순풍 올 수 있어”

이 중 두 번 연속 금리인상은 어제 ‘3분 월스트리트’에서 전해드린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7월과 9월 금리인상론과 맥을 같이 하는데요. 시장에서는 더 센 전망도 나왔습니다. 로저 퍼거슨 전 연준 부의장은 이날 미 경제 방송 CNBC에 “연준이 계속해서 인플레이션과 싸우고 있으며 내년 초까지 3번의 추가 금리인상이 가능할 수 있다고 본다”며 “(그 결과) 내년 초 경기침체가 올 수 있다는 게 합리적인(reasonable) 예측”이라고 했는데요.


하지만 이번에도 시장은 곧이곧대로 다 듣지는 않았습니다. 당장 CME 페드워치만 해도 7월 금리인상 확률만 높아졌을 뿐, 7월에 0.25%p 인상한다고 가정했을 때 동결(5.25~5.50%)한다는 전망이 70.4%로 가장 많았는데요. 11월(59.8%)과 12월(52.4%)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내려간다는 게 하나, 또 하나는 침체가 오면 추가 금리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거죠. 이날 업데이트된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의 인플레이션 나우캐스트를 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3.22%, 6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3.23%로 전망되는데요.


근원은 각각 5.11%와 4.44%로 높고 전월 대비로도 헤드라인 수치가 0.42%, 0.37%에 달한다는 점에서 갈 길이 멀지만 생각보다 빠른 하락을 기대하는 부류가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노동시장이 강해 연착륙도 가능하다는 거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어제 침체 예고가 11개월 동안 이어지고 있는데 강한 노동시장과 인플레 억제 노력을 고려하면 “침체가 올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는데요. 내일이 되면 또 분위기가 달라질 수는 있지만 이렇게만 본다면 증시가 급락할 이유는 없는 거죠. 끝까지 버틸 수 있으면요.


어쨌든 또 다른 쪽은 하반기부터 급격하게 경기가 둔화해 침체가 시작되면 그 전에 금리인상이 물건너 갈 것이라고 봅니다. 월가 투자은행(IB)들의 상당 수가 내년 1~2%p 안팎의 금리인하를 점치고 있는데 그 배경이 경기침체죠.



제이슨 퍼먼 교수가 제시한 골드만삭스 금융지수 추이. 지난해 가을께를 정점으로 완화하고 있다. 제이슨 퍼먼 교수

파월 의장도 이날 마지막에 시장을 약간 달래는 말을 했는데요. 근원 PCE 기준으로 2025년에야 2%가 된다고 보고 있으니 제한적인 정책기조를 오래 가져가는 것이냐는 질문에 처음에 “노(No)”라고 한 겁니다. 그러더니 곧장 “필요한 만큼만 할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기계적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계속 적용하는 게 아니라 물가가 떨어지면 조정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한 겁니다.


그러고 보면 6월 FOMC 때 내놓은 연준의 내년 말 기준금리 전망치 중앙값이 4.6%인데요. 연준도 1%p는 내려갈 거라고 보는 겁니다. 연착륙이 가능하다고 본다는 점에서 시장과 차이가 있지만요.


여기서 하나 봐야 할 대목이 있습니다.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정책이 오랫동안 제한적이지 않았다는 파월의 말을 이해하기 어렵다. 골드만삭스의 금융상황 지수를 보면 이미 1년 전에 지금 수준이었다”며 “나는 통화정책의 시차로 인한 경기둔화 효과가 크게 있을 것이라고 보지 않으며 미국 경제는 되레 지난 8개월 동안의 금융시장 완화로 (작은) 순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골드만삭스의 지수를 보면 연준의 지속적인 금리인상에도 금융시장은 지난해 가을께를 정점으로 완화하고 있습니다. 시카고 연은의 국가금융여건지수(NFCI)의 흐름도 같죠. 장기금리, 증시 등이 이유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을텐데요. 이는 하반기 생각보다 잘 안 떨어지는 인플레이션, 반면에 경기는 여전히 버티는 상황을 의미할 수 있겠습니다.


블랙록 “AI는 메가 포스, 거시경제 어려울 때도 수익 가능”…“중앙은행 매파 기조가 증시 상한선 만들 수도”

증시 상황 보죠. 이날 뉴욕증시가 혼조세로 마감한 데 대해 보케 캐피털 파트너스의 설립자 킴 포레스트는 “투자자들이 4대 중앙은행장들의 생각을 소화하고 있다”며 “시장은 더 오르고 싶어하지만 전체적으로 더 높은 금리를 더 오래 가져가야 할 수 있다는 이들의 메시지가 일종의 상한선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는데요.


골드만삭스는 앞으로도 증시에 상한선이 씌워졌다고 봅니다. 골드만삭스의 피터 오펜하이머는 “최근 몇 달 동안 주식시장이 크게 반등했다.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고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도달했다는 자신감이 증가했음을 보여준다”면서도 “이 랠리는 일부 회사에 의해 매우 아슬아슬하게 이뤄졌고 보통의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보합세를 보이고 있으며 당분간 이 상태가 지속할 것으로 본다”고 했는데요. 주요 중앙은행들이 내년 중반까지 높은 금리를 유지할 수 있어 위험 자산에 상한선이 있을 것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거시경제가 어려워진고 해도 AI만큼은 좋을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데요. 이날 블랙록이 AI 투자 붐에 뛰어들었습니다. 블랙록 측은 “거시 환경이 여러분의 친구가 아닐 때라도 AI 같은 거대한 힘(mega force)은 수익의 큰 원동력이 될 수 있다”며 “장기 투자자는 단기적인 고통의 일부를 지나칠 수 있다”고 했는데요.



클리블랜드 연은의 5월과 6월 인플레 전망치

관심이 큰 엔비디아의 경우 콜렛 크레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새 규제가 기회 측면에서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도 “우리 제품에 대한 강한 수요를 감안할 때 단기 재무결과에 즉각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엔비디아는 2024회계연도(2023. 2~2023. 4) 1분기 홍콩을 포함한 중국에서 15억9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는 전체 매출의 약 22%라는데요. 에버코어 ISI의 매튜 프리스코는 “AI의 세계적인 확산과 엔비디아의 위치를 고려할 때 주가 강세 전망을 약화시킨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했는데, 계속되는 대중 제재가 중장기적으로 엔비디아의 글로벌 기술 주도권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반대의 생각도 가능한데요. 기술과 제품 수출이 계속 이뤄지면 시간이 문제일 뿐 언젠가 중국이 미국과 서방국가를 따라잡아 더 많은 시장을 잃을 수도 있다는 거죠. 추가로 미국은 이를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할 수도 있다고 본다는 점을 같이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요.


에일린 도나회 스탠포드대 글로벌 디지털 정책 인큐베이터의 집행 디렉터는 “민주주의 쪽에서 이 기술이 앞서지 않고 권위주의 세력이 앞서면 전체 민주주의와 인권이 위험에 처한다”고 했습니다. 이는 반도체와 AI에 대한 대중 규제가 기술적인 수준에서 미세조정이 이뤄질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그리고 핵심적인 분야로 들어가면 미국의 양보나 정책 후퇴가 없을 거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지요.


추가로 23개 대형 은행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심각한 불황 시나리오에도 큰 문제가 없었다고 합니다. 연준에 따르면 실업률 10%, 상업용 부동산 가격 40%, 주택 가격 38% 하락이라는 극심한 상황 아래서 5410억 달러의 손실이 예상되지만 모두가 최소 자본기준은 유지했다고 하는데요. 관건은 중소규모 지역은행들이겠죠.


시장은 이날 파월과 중앙은행 총재들의 발언을 그럭저럭 넘겼습니다. 앞서 설명드렸듯 추가 긴축에 대한 걱정에도 상대적으로 강한 경제와 AI 기대감 때문인 듯한데요. 미 동부시간 29일에는 신규 실업수당청구와 1분기 국내총생산(GDP) 최종치, 30일에는 5월 PCE가 나옵니다. 앞으로 나올 데이터가 더 중요해졌는데요. 오늘 상황도 그렇고 연준이 어느 정도 감은 있지만 향후 미국 경제의 전개방향과 기준금리가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확신은 아직 없는 것 같습니다.



※네이버 기자구독을 하시면 월가와 미국 경제, 연준에 관한 소식을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는 매주 화~토 오전 오전7시20분 서울경제신문 유튜브 채널 ‘서경 마켓 시그널’에서 방송됩니다. 깊이 있는 분석과 상세한 설명이 이뤄지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