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수도권을 강타한 폭우가 오늘부터는 남부지방으로 이동해 비를 쏟아낼 전망이다. 장마 시작 이후 닷새간 남부 지역에 이미 많은 양의 비가 내리면서 인명 피해까지 발생한 가운데 일부 지역에는 앞으로 최대 250㎜가 더 퍼부을 것으로 예보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29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수도권 전역과 강원 영서, 전북 서부, 경북 서부 등에 호우주의보가 발령됐다. 호우주의보는 3시간 강우량이 60㎜ 또는 12시간 강우량이 110㎜ 이상 예상될 때 발효된다. 우산을 써도 제대로 비를 피하기 어려워 무릎 아래가 다 젖을 정도다.
이날 비는 매우 강하고 거세게 내렸다. 29일 오후 2시 기준 서울에서 관측된 누적 강우량은 52㎜로 이 중 30㎜정도가 오전 11시부터 12시까지 1시간 만에 쏟아졌다. 집중호우에 한강 수위가 높아지면서 서울시는 시내 모든 하천의 출입을 통제했다. 또 이날 오전 8시부터 1단계 근무를 발령해 비상 상황에 대비했다.
이번 폭우로 수도권 등에서는 주택이 침수되고 가로수가 쓰러지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이날 오전 10시 20분께 인천시 남동구 간석동 한 빌라 앞에서는 벽돌로 된 담벼락이 무너져 내렸다. 오전 10시 30분께 강화군 화도면 한 주택에서는 폭우로 집안이 침수돼 소방당국이 배수 지원에 나섰다. 이날 오후 12시 30분께 광주 서구 화정동의 한 도로에서는 낙뢰를 맞은 가로수가 인도 쪽으로 쓰러지는 일이 벌어졌다.
중부지역에 한 차례 비를 쏟아낸 정체전선은 30일부터 남부지방으로 옮겨갈 예정이다. 앞서 물폭탄이 휩쓸고 간 광주·전남 지역에는 30일까지 100~200㎜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고, 일부 지역에는 250㎜의 매우 많은 비가 예보돼 피해가 우려된다. 이미 전남 함평군에서는 수리 시설 감시원인 오 모(67) 씨가 하천을 연결하는 수문 주변에서 부유물 등을 제거하다 사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최근 매우 많은 비가 내려 지반이 약해진 상태인 만큼 축대나 옹벽 붕괴, 토사유출, 산사태 등 호우 피해에 각별히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장맛비는 오는 1일까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남부지방엔 30일 낮까지 돌풍·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30~60㎜의 매우 강한 비가 오는 곳이 있겠다. 제주에는 30일 아침부터 밤까지 매우 강한 비가 예상된다. 29~30일 양일 예상 강수량은 △경기북부·호남·제주 100~200㎜(호남과 제주에 많은 곳은 250㎜ 이상), △서울·인천·경기남부·강원내륙·강원산지·충청·영남·서해5도 50~120㎜(서울·인천·경기남부·강원내륙·강원산지·충청북부·경남서부·서해5도 많은 곳 150㎜ 이상), △강원동해안·울릉도·독도 20~80㎜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