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쉬마크 승부수 때문? 시총 30조 위태로운 네이버[양철민의 아알못]

'커머스+핀테크' 매출… 검색부문 넘어서
수조원 쏟아부어 '중고거래+콘텐츠' 강화
잇따른 M&A 승부수에도… 시장평가↓
검색점유율 하락·AI 경쟁격화 등 악재
최수연·김남선 등 경영진 책임론↑


올 1분기 네이버의 ‘커머스+핀테크’ 합산 매출이 ‘네이버의 근간(根幹)’이라고 할 수 있는 검색 부문 매출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가 매출이 정체된 검색 부문에서 벗어나, 커머스 부문을 집중 육성해 핵심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를 꾀한 결과다.


다만 검색 부문 경쟁력 고도화가 없을 경우 네이버의 커머스 부문 매출 성장세 또한 정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 또한 덩달아 커지고 있다.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 하락시, 네이버 앱이나 모바일 사이트를 통해 키워드를 입력한 후 관련 상품을 구매하는 사용자 경험(UX) 자체가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네이버 검색과 ‘커머스+핀테크’ 부문 매출은 ‘2인 3각’과 같은 구도라는 점에서 검색 점유율 하락은 네이버의 신사업 부문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구글, 유튜브 등이 네이버의 경쟁 검색 플랫폼으로 덩치를 키우며 네이버의 미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네이버가 2년전부터 꺼내는 ‘인수합병(M&A) 카드’에 대해서도 시장의 평가가 박하다.


네이버 주력사업 바뀌었나? ‘커머스+핀테크’ > ‘검색’

30일 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올 1분기에 커머스(6058억원)와 핀테크(3182억원) 분야에서 도합 1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했다. 이들 사업부문이 검색 부문 매출인 서치플랫폼(8517억원) 매출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체 매출에서 서치플랫폼 비중은 37.4% 수준에 그친 반면, 커머스(26.6%)와 핀테크(13.9%) 부문 합계 매출 비중은 40.5%에 달했다. 지난해 1분기만 하더라도 서치플랫폼 매출 비중(46.1%)과 ‘커머스+핀테크’의 매출비중(37.4%) 차이가 컸지만 1년만에 서치플랫폼 매출 비중을 추월한 셈이다. 이 같은 네이버의 검색부문 매출 비중 축소는, 네이버의 신사업 확대 전략과 관련이 깊다. 핀테크와 커머스 외에 콘텐츠와 클라우드를 합친 네이버의 신사업 전체 매출은 이미 2021년 2분기에 네이버 검색 부문 매출을 넘어선 바 있다.


국내에서는 쿠팡과 ‘왕좌의 게임’

국내 시장만 놓고 보면 네이버의 이 같은 커머스 부문 확대 전략은 확실히 성과를 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왓이즈굿즈에 따르면 ‘네이버페이’ 앱 이용자수는 지난해 5월 86만명 수준에서 올 5월 210만명으로 1년새 갑절이상 늘었다. 왓이즈굿즈의 또다른 조사결과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사용자 수와 결제금액이 우상향한 커머스 서비스는 쿠팡과 ‘네이버+네이버페이’ 두곳 뿐이다. 현재 쿠팡앱 이용자수는 2944만명 수준이며, 네이버쇼핑은 별도 앱을 출시하지 않아 별도 집계가 어렵지만 쿠팡과 비슷한 수준으로 추정된다.


네이버의 커머스 정책은 쿠팡과 정반대라는 점에서 효율이 높다는 평가도 나온다. 쿠팡이 자체 물류망을 통한 ‘로켓배송’ 등으로 승부를 보고 있는 반면, 네이버는 2020년 취득한 CJ대한통운 주식(3000억원 가량) 등을 기반으로 협업에 기반한 물류망을 운영중이다. 스마트스토어 판매자 대상의 온라인 풀필먼트 데이터 플랫폼 ‘NFA(Naver Fulfillment Alliance)’가 대표적이다. 2021년 선보인 NFA에는 CJ대한통운, 아워박스, 위킵, 파스토, 품고, 딜리버드, 셀피, 테크타카, 메쉬코리아 등 전문업체가 참여중이다.


네이버는 자체 직매입을 하지 않고 있는 만큼 재고 부담이 거의 없어 기본적으로 이익률이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만 이용자 ‘락인’ 효과를 위해 네이버페이 적립금 과다 지급 등 마케팅 비용이 빠르게 늘고 있어, 커머스 부문에서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M&A 승부수 띄운 이해진…포쉬마크 인수는 악수(惡手)?

네이버는 중고거래 기반의 커머스와 웹툰 및 웹소설 등의 콘텐츠를 기반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핵심은 인수·합병이다. 실제 네이버는 2021년 1월 북미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약 8600억원에 인수한데 이어, 스페인판 ‘당근마켓’이라 불리는 ‘왈라팝’에 2021년(1500억원)과 2023년(1000억원) 두차례 투자 단행을 통해 총 2500억원 가량을 쏟아 부었다. 특히 올 초에는 2조 3000억원을 들여 북미 최대 중고패션 플랫폼인 포쉬마크를 인수하는 등 중고거래 시장 이용자 모객에 집중하고 있다.



최수연(오른쪽) 네이버 대표와 김남선 CFO.

네이버의 핵심 경영진 구성을 보면 이 같은 인수합병 전략은 이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변호사 출신인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법무법인 율촌 등에서 M&A를 담당했으며 김남선 네이버 CFO는 라자드·모건스탠리·맥쿼리 등에서 투자은행(IB) 업무를 담당한 M&A 전문가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또한 2017년부터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로 일하고 있다.


네이버가 글로벌 시장에서 콘텐츠와 중고거래 부문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검색부문에서는 구글을, 커머스 부문에서는 아마존을 넘어설 수 없다는 전략적 판단 때문이다. 네이버는 서비스 중인 카페, 지식인, 블로그 등을 기반으로 포털 이용자가 자체 콘텐츠를 생산토록 한 후, 이를 자사 서비스 이용자에게 검색결과로 노출하는 이른바 ‘가두리 양식장’ 서비스로 국내 포털 시장을 장악했다. 검색 서비스 고도화에도 힘을 기울였지만 중국, 한국, 러시아를 제외하고는 글로벌 검색 시장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구글과의 기술격차가 상당할 수밖에 없다. 커머스 부문에서는 시가총액만 1조3420억 달러에 달하는 아마존과 직접 경쟁할 경우 승산이 ‘제로’에 가깝다.


웹툰이나 중고거래 등 구글·아마존이 장악하지 못한 분야에 집중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지난해 4월 취임 후 첫 기자 간담회에서 “5년 내 글로벌 사용자 10억명·매출 15조원 돌파할 것“이라며 확실한 글로벌 로드맵을 제시한 만큼, 이 같은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 공략이 필수다.


다만 이 같은 네이버의 승부수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좋지 못하다. 네이버가 올 초 인수를 완료한 포쉬마크의 경우 이용자 증가세가 정체상태며, 포쉬마크 실적이 네이버 회계기준에 반영될 경우 순이익이 1259억원 가량 줄어들 만큼 실적도 좋지 않다. 지난해 8월 28만1000원 수준이던 네이버 주가는 포쉬마크 인수결정이 알려진 지난해 10월 15만5000원으로 반토막 나기도 했다.


빅테크에 치이는 네이버…시가총액 20조원대로 내려앉나

포쉬마크 인수에 대한 우려는 현재진행형이다. 29일 종가기준 네이버 주가는 18만3400원으로 시가총액은 30조866억원 수준이다. 이 때문에 네이버의 시가총액이 조만간 30조원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네이버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5% 증가한 3305억원을 기록했지만, 이 또한 비용으로 처리되는 ‘감가상각 내용연수’를 기존 4년에서 5년으로 늘린 회계 기준 변경의 몫이 컸다는 점에서 시장의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회계 기준 변경으로 올 1분기 네이버의 영업이익은 220억원 가량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IT 업계 관계자는 “야후재팬과 라인의 통합 및 포쉬마크 인수 등 네이버가 최근 몇년새 글로벌 시장에서 잇따라 승부수를 던지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 악화와 같은 외부변수에 휘청하는 모습”이라며 “특히 올 초 불어닥친 생성형AI 열풍 등으로 구글·메타·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의 IT 시장 지배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며 네이버의 입지가 더욱 위축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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