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 입시에서 소수인종을 우대하는 이른바 ‘어퍼머티브액션(Affirmative Action)’ 정책에 대한 위헌 판결을 계기로 미 연방대법원의 대법관 구성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판결에서 각각 위헌과 합헌 의견을 낸 대법관 6명과 3명은 미 연방대법원 내 보수와 진보 성향을 그대로 반영한다. 특히 이들은 탄핵 혹은 사임하지 않는 한 평생 지위를 유지하기 때문에 앞으로 20년간은 보수 우위 구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 연방대법원은 2016년 이후 보수 경향이 심화됐다. 어퍼머티브액션 정책이 연방대법원에서 합헌 판결을 받은 2016년 당시 반대 의견을 냈던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클래런스 토머스,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은 현재까지 남아 있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임명된 닐 고서치, 브렛 캐버노, 에이미 코니 배럿은 모두 보수 성향이다.
이 같은 대법원 구성은 판결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지난해 6월 낙태권(임신중지권)의 합법성을 인정했던 이른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번복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공공장소에서의 총기 휴대를 규제한 뉴욕주 규정, 연방환경보호청(EPA)의 발전소 온실가스 배출 규제 법안 등에도 위헌 결정을 내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대법관들이 해고에 대한 두려움 없이 거의 모든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대법관 탄핵은 상하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가능하며 미국 역사상 단 한 번 있었을 정도로 드문 일이다.
FT는 “종신 대법관을 미국 최고법원에서 물러나게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누가 감히 심판을 심판하겠나”라고 지적했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MSNBC에 출연해 “대법관에게도 임기가 필요하다”며 현행 제도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연방대법원에 대한 신뢰도 떨어지고 있다. 갤럽 조사 결과 연방대법원 업무 수행에 찬성하는 응답자의 비율은 2019년 58%에서 지난해 40%로 하락했다. 이는 미국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