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17세 소년이 교통 검문을 피하려다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진 사건과 관련, 경찰을 규탄하는 시위가 사흘째 격렬하게 이어지고 있다. 시위대는 프랑스 전역에서 폭죽을 터트리는 등 시위를 벌였고, 29일(현지시간) 밤부터 다음날 새벽 사이에만 667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이에 벨기에를 방문 중이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귀국해 긴급 회의를 소집하고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가 질서 회복을 위해 모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프랑스 AFP통신 등은 경찰을 규탄하는 시위대가 이날도 프랑스 전역에서 격렬한 시위를 이어갔다고 전했다. 사건은 파리 외곽 도시 낭테르에서 17세 알제리계 소년 ‘나엘’이 지난 27일 아침 교통 검문을 피하려는 것을 보고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지면서 벌어졌다. 공개된 영상에서 경찰관이 나엘을 향해 총을 직사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대중의 분노를 자아냈다.
사건이 벌어진 낭테르에서는 자정 무렵 폭죽과 폭발물이 터지며 긴장이 고조됐다. 파리에서는 자라와 나이키 대형 매장 등 상점들에 대한 약탈이 벌어졌으며, 남부 포에서는 경찰서가 화염병에 불타고 북부 릴에서는 구청 건물에 화재가 발생했다. 다른 수많은 도시에서도 밤새 폭죽이 터지고 길거리에 세워놓은 자동차 등에 방화가 이어졌다. 파리 북부 오베르빌리에에 있는 버스 차고지도 공격을 받아 버스 10여대가 불에 탔다.
이에 경찰, 헌병 등 총 4만여명이 프랑스 전역에 깔린 가운데 파리 주변 도시에는 야간 통행금지가 발령됐고 릴·투르쿠앵 등에서는 공개 집회가 금지됐다. 하지만 마르세유에서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려는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했고, 경찰이 최루탄을 쓰면서 양상이 격렬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부 장관은 30일 트위터에 글을 올려 폭력으로 물든 전날 밤 프랑스 전역에서 667명을 체포했으며, 경찰 249명이 가벼운 상처를 입었다고 밝혔다. 프랑스 르몽드는 밤새 875명이 검문을 받았으며 건물 492곳이 공격 받고 차량 2000대가 불에 탔다고 전했다.
AFP통신은 프랑스 정부가 2005년 경찰 체포를 피하려던 아프리카 출신 소년 2명이 숨지면서 3주에 걸쳐 발생한 폭동이 반복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필사적이라고 전했다. 당시 시위는 프랑스 전역에서 6000여명이 체포될 정도로 격렬했다. 보른 총리는 전날 밤 공격을 받은 에브리 쿠르쿠론 경찰서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 화합을 보장하기 위해 질서를 회복해야 한다”며 비상사태 선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우파가 요구하는 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날 오후 마크롱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모든 가능한 시나리오들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