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소스 중 하나로 한국에서도 널리 쓰이는 스리라차 소스가 기후변화의 몸살을 앓고 있다.
스리라차는 붉은 할라페뇨 고추를 베이스로 소금과 설탕, 마늘, 식초 등을 첨가한 양념이다. 태국에서 유래했으며 미국에선 베트남 난민 출신으로 후이퐁 푸드를 설립한 데이비드 쩐이 1980년 처음 제품화했다.
29일(현지시간) 미국 CNN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최근 스리라차 소스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핵심 원재료인 붉은 할라페뇨 고추를 생산하던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뉴멕시코주, 멕시코 일대에 기후변화로 인해 수년간 가뭄이 이어진 결과다.
미국내 스리라차 소스의 원조로 통하는 캘리포니아주 어윈데일 소재 식품업체 후이퐁 푸드는 이미 3년째 생산 차질을 겪고 있다.
상표에 수탉 그림을 써서 ‘닭표’란 별명으로도 불리는 이 업체는 연간 5만톤에 이르는 할라페뇨를 써왔는데 연이은 흉년으로 필요한 만큼 재료를 구할 방도가 사라졌다고 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 일시적으로 스리라차 소스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온라인상에서는 웃돈을 주고라도 스리라차 소스를 사려는 사람들을 노리고 터무니없는 가격을 붙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통상적으로 17온스(약 481g)들이 한 병당 5달러(약 6500원) 미만에 팔리던 제품을 열배가 넘는 가격에 되팔려는 사람들이 나타난 결과다.
전자상거래 업체 이베이에는 17온스와 28온스(약 793g)짜리 스리라차 소스가 병당 39.98달러(약 5만2000원)에서 70달러(약 9만2000원) 사이에 올라와 있다.
심지어 아마존에선 스리라차 소스 두 병을 묶어 팔면서 124.95달러(약 16만5000원)라는 가격을 적어둔 상인도 있었다.
미국 남서부와 멕시코의 고추 작황이 당장 개선될 전망도 밝지 않아 보인다. 미 농무부는 지난 27일 배포한 주간 일기·작물 회보에서 멕시코에 대해 “계절에 맞지 않게 덥고 건조한 날씨가 거의 전국적으로 여름 농작물에 스트레스를 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