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떨어지는 증자 따로 있다? 증자의 모든 것[코주부]

/사진=CGV

독자님, 영화관 자주 가시나요? 팬데믹 기간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이 크게 줄면서 국내 영화관의 대표주자 CGV의 실적 타격이 정말 극심했었죠. 코로나 엔데믹으로 이제 회복할 일만 남았다 생각했는데, 지난 주 CGV주가가 30% 넘게 떨어지면서 9000원 대로 주저 앉고 말았습니다. CGV 주가가 1만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08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입니다. 원인은 지난 20일 발표한 1조원대 증자 계획입니다. CGV 외에도 최근 증자를 한 뒤 주가가 급락한 기업들이 많았는데요. 증자를 하면 재무 구조가 개선될텐데 어째서 주가가 떨어지는 걸까요? 오늘 <코주부>에서는 증자와 주가의 관계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요즘 증자가 유행이라던데...

요즘 증자하는 회사가 참 많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월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는 10건의 유상증자가 공시됐으며 증자 규모는 2조2083억원에 달합니다. 지난해 6월 증자 금액이 8926억원인걸 고려하면 약 2.5배 늘어난 수치입니다. 이달 들어서만 CJ CGV 외에도 SK이노베이션이 지난 23일 1조1800억 원 규모의 증자 계획을 발표했고 앞서 16일에는 한국투자증권이 4000억 원을 증자한다고 밝혔죠. 이런 큰 회사들이 앞다퉈 증자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여전히 높은 금리 때문에 대출을 통한 자금 조달 부담이 크기 때문입니다. 최근 들어서 분위기가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상반기 채권 시장도 꽁꽁 얼어붙어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도 쉽지 않았고요. 결국 증자라는 카드 밖엔 선택지가 없었던 셈입니다.


증자하면 무조건 주가 떨어진다?

증자를 단행한 회사들 대부분이 주가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27일 종가 기준으로 CGV는 20일 대비 34% 주가가 떨어졌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23일 이후 4일 동안 8.5% 하락했고요. 지난 1일 유상증자를 발표했던 KC코트넬과 에스디바이오센서, 삼부토건 등이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월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유상증자를 결정한 곳은 총 16곳이며 이 가운데 12개(75%) 상장사가 유상증자 공시 발표일 대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증자로 자본을 확충하면 회사의 재무 건전성이 개선될텐데 어째서 주가가 하락하는 걸까요? 증자 과정에서 주주 가치가 희석되기 때문입니다. 기업은 유상증자를 하면서 보통 시세보다 싼 가격으로 신주를 발행하거든요. 기업으로서는 빚을 지지 않으면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신주가 대거 매물로 쏟아지면 주가에는 악재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증자한다고 무조건 주가가 떨어진다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유상증자로 들어온 돈을 신규 사업이나 타법인 인수 등에 활용하면 특히 중장기 주가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단순 채무 상환이나 운영비 명목으로 증자를 하는 거라면 주가가 더 크게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증자 이유가 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겠죠. 빚 갚으려 증자를 해도 보통은 ‘미래 신사업 발굴’이나 ‘성장 동력 마련’ 등 허울 좋은 말로 포장해 놓기 때문에 증자한 돈이 구체적으로 어떤 항목에 사용되는지 꼼꼼히 살펴야 합니다. 이달 들어 증자를 한 회사들의 자금 사용 목적을 보면?? 어째서 이들 기업들의 주가가 떨어지고 있는 지를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그래픽=코주부

증자라고 다 같은 증자가 아닙니다

증자 목적도 중요하지만 증자의 방식 또한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증자는 크게 무상증자와 유상증자로 나눌 수 있습니다. 무상증자는 이름 그대로 무료로 주주들에게 주식을 나눠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1:1로 무상증자를 한다는 건 주주가 가진 주식 1주당 1주를 무료로 주겠다는 건데요. 기업이 가진 이익 잉여금을 자본으로 돌리는 과정에서 늘어난 자본만큼 새로운 주식이 생기고, 이를 주주들에게 나눠주는 것. 다만 기업 가치는 변함이 없기에 주주가 가진 주식도 숫자만 늘어나고 가치는 이전과 동일합니다. 무상증자는 보통 호재로 평가되는데요. 일단 돈을 잘 벌어 이익 잉여금이 많아야 무상증자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돈벌어 주주환원을 열심히 하는 회사라는 인식도 심어줄 수 있고 주식 수가 늘어나면 거래도 활발해지는 효과가 있다고.




유상증자는 앞서 설명한 사례와 같이 기존 주주 또는 새로운 주주들에게 돈을 받고 새로운 주식을 발행하는 것입니다. 유상증자는 또 세 가지 방식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주주배정방식과 일반공모방식, 3자 배정방식이 그것입니다. 먼저 주주배정방식은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유료로 신주를 발행하는 것입니다. 돈을 벌려고 투자했는데 돈을 내놓으라고 하니, 당연히 주주들은 싫어하겠죠? 또한 주주배정방식은 재무 상태가 안좋을 때 하는 경우가 많아 악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반공모방식은 주주가 아닌 일반인들에게 공모하는 방식입니다. 기존 주주의 입장에선 주가가 희석되기에 선호하지 않습니다.


끝으로 3자 배정 방식입니다. 여기서 3자란 경영진과 이해관계가 있는 등 특수한 대상을 뜻합니다. 3자 배정 방식의 경우 신주 상장일로부터 1년간 주식을 팔 수 없기 때문에 주가 희석의 우려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입니다. 3자 배정 방식을 통해 대주주 지분율 등 경영권이 변경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이 부분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코주부 뉴스레터 구독하기




이 기사는 서울경제의 재테크 뉴스레터 ‘코주부’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코인, 주식, 부동산까지 요즘 가장 핫한 재테크 소식을 알기 쉽게 풀어드리는 코주부 레터. 아래 링크에서 구독신청하시면 이메일로 매주 월, 목요일 아침 8시에 보내드립니다.(무료!)



구독 링크와 아카이브 →https://url.kr/kojubu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