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단계에 이를 때까지 증상이 없어 ‘침묵의 병’으로 불리는 만성 콩팥병 발병 위험을 미리 예측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주영수 용인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교수, 박정탁 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메디웨일과 함께 망막검사로 만성 콩팥병 발생 위험도를 측정하는 AI를 개발했다고 2일 밝혔다.
만성 콩팥병은 중장년층에서 호발하는 당뇨병, 고혈압이 주요 원인이다. 콩판은 기능이 나빠지면 회복시킬 치료법이 없어 예방이 중요하지만 중증으로 진행될 때까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종전까지 혈액검사로 사구체여과율을 추정해 만성 콩팥병 발병 위험도를 평가해 왔는데 연령, 운동량 등 외부 요인의 영향을 받기 쉬워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망막이 콩팥처럼 미세혈관으로 이뤄져 있다는 점에 착안해 망막검사로 만성 콩팥병 위험도를 예측할 수 있는 AI 개발에 착수했다. 세브란스병원에서 검진받은 8만 명의 망막검사와 사구체여과율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켜 만성 콩팥병 발생 위험을 분석하는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AI가 망막 사진의 혈관을 보고 사구체여과율 감소를 예측하는 원리다.
연구팀이 영국 바이오뱅크 연구 대상자와 한국 당뇨병 환자 3만5000명을 대상으로 최대 10.8년간 검증한 결과 AI가 고위험군으로 분류한 그룹에서 실제 만성 콩팥병 발생률이 높았다. 기존 사구체여과율 추정 방식보다 정확도도 높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박 교수는 “고위험군을 선별하는 AI를 활용해 만성 콩팥병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헬스케어서비스 분야 국제학술지인 ‘npj 디지털 메디신’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