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캐스퍼 인기로 부활 조짐을 보였던 국내 경차 시장이 다시 주춤한 모습이다. 올해 출시 3년 차를 맞은 캐스퍼의 신차 효과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 속에 국내 자동차 시장의 대형화와 고급화에 따른 경차 외면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대형차 선호도는 계속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레저활동을 즐기는 인구가 늘면서 스포츠유틸리티차(SUV)과 레저용 차량(RV) 판매량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29일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5월 국내에서 팔린 승용차는 총 63만9432대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8.9% 증가한 수치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해소되면서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이 정상화되면서 판매 증가세를 견인했다.
차급별로 보면 준대형차가 전년 대비 32.9% 급증한 11만6726대를 차지했다. 이어 중형차 판매량도 전년 대비 12.5% 늘어난 16만4263대를 기록했다. 소형차(5만7180대)는 전년 대비 10.4%, 대형차(9만118대)도 2.6% 증가했고, 준중형차(16만583대) 역시도 지난해 보다 1.2% 성장했다. 중형차와 준대형차 판매 증가세가 두드러졌는데 이는 그랜저 등 세단뿐만 아니라 SUV와 RV 증가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다만 유일하게 경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2% 감소한 5만562대에 머물렀다. 지난해 국내 시장 경차 판매량은 2021년 대비 35% 이상 증가한 13만4294대를 기록하며 4년 만에 13만대 수준을 회복했지만, 올해에는 11만∼12만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경차 시장을 선도했던 캐스퍼도 인기가 꺾였다. 현대차 판매실적에 따르면 캐스퍼는 지난달 4064대가 팔리며 작년 동월 대비 7.7% 감소했다. 역대 최다 판매량을 기록한 지난해 11월(5573대)과 비교하면 27.1% 줄어든 수치다. 결국 캐스퍼는 지난해와 달리 매월 판매 10위권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대형차의 선전과 더불어 차량 가격이 1억원을 웃도는 수입 럭셔리카 시장 또한 국내에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럭셔리카 브랜드의 올해 1~5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포르쉐 27.1% ▲벤틀리 11% ▲람보르기니 26.5% ▲롤스로이스 9.9%가 성장했다. KAIDA 통계에 잡히지 않는 페라리와 애스턴마틴도 성장세가 가파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추세 속에 럭셔리카 브랜드의 '코리아 퍼스트' 행보도 눈에 띈다. 아이린 니케인 롤스로이스모터카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은 지난 16일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 모델 '스펙터(Spectre)'를 공개하며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이자 롤스로이스의 가장 중요한 시장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또 지난 3월 한국을 방문한 에이드리언 홀마크 벤틀리 회장도 26억원짜리 벤틀리 뮬리너 바투르를 아시아 최초로 공개하면서 "한국은 글로벌 럭셔리 시장을 이끄는 나라"라고 추켜세운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