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 진료과인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분야 의사부족이 심각한 가운데 수련과정을 거치지 않고 곧장 피부과, 성형외과 등 미용 분야 의원을 차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2022년 일반의가 새로 개설한 동네의원 979곳 중 843곳(86.1%)이 피부과 진료를 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일반의는 의과대학 졸업 후 대학병원에서 인턴, 레지던트(전공의) 과정을 거치며 세부 전공을 받지 않은 의사다. 의료법에 따라 개설 의료기관 이름 앞에 이비인후과, 정형외과 등 과목명을 사용하려면 대통령령으로 정해진 수련과정과 시험을 거친 전문의 자격이 필요하다. 일반의들은 간판에 쓰여진 기관 이름 앞에 과목명을 거는 대신, 신고된 진료과목을 표시할 수 있다.
일반의가 새로 개원한 의원은 2018년 179곳에서 2022년 215곳으로 22.9% 늘었다. 지난 5년간 이들 기관이 신고한 진료과목은 총 3857개로 의원 1곳당 평균 3.9개 진료과목을 신고했다. 피부과는 신고건수 뿐 아니라 신고비율도 2018년 19.5%(154건)에서 2022년 23.7%(193건)로 4.20%P 늘어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피부과와 함께 미용 분야 진료를 주로 담당하는 성형외과를 진료과목으로 표시한 의원도 414곳으로 전체의 42.3%에 달했다. 반면 오픈런(영업시간 전부터 대기) 사태 등 의사 인력 부족 문제가 연일 불거지고 있는 소아청소년과를 진료과목으로 신고한 의원은 224곳(22.9%)에 그쳤다. 산부인과 진료가 가능하다고 표시한 의원은 59곳(6.0%)에 불과했다.
의료계는 이 같이 진료과별 선호도 차이가 심화하는 원인이 터무니 없이 낮게 책정된 진료 수가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미용 시술은 대부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시술 비용이 고가로 책정되는 반면 감기 환자 등 급여 항목을 주로 진료하는 소청과, 가정의학과 등은 대부분 건강보험이 적용돼 환자 1명당 진료비가 적다.
그동안 박리다매식 진료로 버텨왔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내원 환자 수가 줄고 저출산까지 겹치면서 수익률이 급감했다는 주장이다. 실제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2021년 소청과 의원 진료비는 코로나19 이전 8073억(2019년)에서 2020년 5216억 원으로 1년새 35.4% 하락했다. 소청과 신고비율은 2018년 6.7%(53건)에서 2022년 4.4%(36건)으로 -2.3%P 줄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피부과 의원에서 일하는 의사의 평균 연소득은 3억263만 원으로, 소청과 의원 의사(1억875만 원)의 3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신 의원은 “비급여 인기과목을 중심으로 진료하는 일반의의 개원이 증가하고 있다”며 “전문의가 되기 위해 전공의가 자기 전공과목을 선택하는 기준과 일치하는 뚜렷한 쏠림 현상이 일반의에게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포괄적, 지속적 진료가 가능한 1차 의료 강화를 위한 국가의 노력이 미비한 결과”라며 “의사 정원 조정과 더불어 필수의료를 선택하는 의사들이 증가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기전도 동시에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