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세요"…운전중 하품하면 AI가 경고

LGU+ 안전관리 솔루션 도입 현장 가보니
작업자 동작 실시간 모니터링
운전자 졸음 등 사고위험 감시
안전장구 등 센서 달고 지능화
"인건비 등 비용 최대 30% 절감"

“운전 중 졸음운전을 하지 마세요.”


인공지능(AI)의 따끔한 경고에 운전자 노모씨가 화들짝 놀라 정신을 차렸다. 장시간·장거리 운전에 지친 나머지 연달아 하품이 나오던 참이었다. 그는 “24시간 교대로 한번에 700㎞를 운전해야 하기 때문에 나도 모르는 새 감각이 둔해지고는 한다”고 말했다. AI는 노씨가 5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지나치게 자주 하품을 하고 눈의 초점과 표정도 다소 흐릿해 것을 보고 졸음운전 위험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에코비트에너지 경주사업장 직원들이 지난달 29일 통합관제실에서 화물트럭 운전자의 졸음과 통화 등 위험상황을 LG유플러스의 AI 기반 ‘운전자 행동분석’ 솔루션을 통해 모니터링하고 있다. 사진 제공=LG유플러스

지난달 29일 찾은 경북 경주시 안강읍 에코비트에너지 경주사업장. 국내 최대 규모의 의료폐기물 처리장인 이곳은 다양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AI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앞서 도입했다. 최근 LG유플러스가 기업용 묶음 상품으로 선보인 서비스 ‘스마트 안전관리 솔루션’을 전국 최초로 적용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커진 안전관리 부담을 기술로 해결하려는 기업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화물트럭 운전자가 LG유플러스의 ‘운전자 행동분석’ 솔루션을 시연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귀에 가져다대자 “운전 중 통화를 하지 마세요"라는 AI 안내음성이 흘러나왔다. 경주=김윤수 기자

LG유플러스가 이 사업장에 공급한 서비스 6종 중 ‘운전자 행동분석’은 AI가 운전자의 얼굴 근육, 행동, 스마트폰 같은 물체를 인식해 상황별로 경고를 보낸다. 운전자가 눈을 감거나 고개를 아래로 떨구는 경우, 또 스마트폰을 귀에 가져다 대거나 담배를 입에 물기도 하는 등 다양한 위험상황을 연출하면 “통화나 흡연을 하지 말라”는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경고나 잔소리는 고쳐지지 전까지 반복됐다. 기기는 마치 외장하드디스크나 보조배터리처럼 생겨 얼핏 봐서는 카메라라는 걸 알 수 없다. 운전자가 실시간으로 촬영된다는 느낌을 받으면 오히려 운전에 방해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가 지난달 29일 에코비트에너지 경주사업장에서 ‘지게차 충돌방지’ 솔루션을 시연하고 있다. 경주=김윤수 기자

명노성 LG유플러스 스마트안전사업스쿼드 프로덕트오너(PO)는 “사측과 달리 작업자 입장에서는 안전뿐 아니라 편의성에 대한 요구도 있어 기술 개발과정에서 최우선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지게차 충돌방지’ 솔루션도 마찬가지다. 기자가 지게차에 다가가자 AI는 전후방에 달린 카메라로 120도 시야각, 10미터 반경의 사각지대를 감시하고 접근금지 경고를 보냈다. 사람이 아닌 사물에는 반응하지 않았는데 이는 짐을 실어나르는 작업 특성상 사물에까지 경고를 남발하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짐을 나르느라 사람의 상반신이 가려지는 현장 특성을 반영, AI가 하반신만 보고 사람을 판별할 수 있도록 1년 6개월 간 학습받았다.



지게차 후면에 달린 충돌방지 솔루션용 AI 카메라와 사이렌. 사진 제공=LG유플러스

경고는 사업장 전체에서 다양하게 울렸다. 더운 날씨에 안전모 턱끈을 잠시 푼 사람, 추락 방지를 위한 안전고리 착용을 깜빡한 사람도 AI의 정전센서와 근접센서에 걸려 안전장구 착용을 다시 점검해야 했다. 감시뿐 아니라 바디캠을 통해 원격 작업을 돕고 홀로 일하는 작업자의 위치와 상황을 알려 위급 시 대처하는 기능도 지원된다.



에코비트에너지 경주사업장 직원이 LG유플러스의 스마트 안전장구를 착용하고 무전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LG유플러스

LG유플러스는 솔루션 도입을 통해 인건비 등 안전관리 비용이 기존보다 10~30% 절감될 것으로 내다봤다. 회사 관계자는 “안전관리 분야는 개별 기술은 많지만 산업현장에 필요한 기술을 모아 제공하는 ‘통합 솔루션’ 사업자는 아직 드물다”며 “거의 유일한 사업자로서 관련 매출을 3년 내 3배로 성장시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이를 위해 약 800개 사업장을 가진 환경처리 업계 1위 업체인 에코비트와의 협력을 확대 중이다. 도입 사업장은 경주를 시작으로 3개월 만에 11곳으로 늘었다. 외국어 지원, 수처리·매립 작업 맞춤 개발 등 서비스 고도화도 함께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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